23일 종가 1452원으로 마쳐
3거래일 연속 종가 1450원 돌파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며 연일 고점을 기록하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환율이 표시돼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매파적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이에 대한 충격과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이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사흘째 145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9시~오후3시30분)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6원 오른 1452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주간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4원 내린 1446원으로 출발해 오후 들어 하락폭을 줄인 뒤 오후 3시쯤 상승 전환했다.
3거래일째 금융위기 수준 환율을 이어가고 있다. 3거래일 연속 1450원을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11~13일(1471원, 1496.5원, 1483.5원)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4번에서 2번으로 줄이는 등 이전보다 높게 전망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달러지수가 108선 중반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전망치보다 밑돌면서 달러 강세가 주춤하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11월 연간 기준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의 예상치인 2.5%를 소폭 밑돈 것이다. 이에 이날 오전 중 달러 강세가 주춤해 145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연준이 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한 지 이틀 만에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는 지표가 나왔다.
다만, 글로벌 달러화는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56분 기준 107.79를 기록하고 있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등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고환율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은행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변화에 대해 "대외적인 요인보다는 국내의 경제 상황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향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 당국이 다양한 안정화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0일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건전성 규제 완화 △외화 대출규제 완화 △외화조달 여건 개선 △이종통화 결제 여건 구축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확대 등의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부는 '외환 수급 개선방안'에 따라 외국환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확대 등을 이번달까지 신속히 조치하고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 완화를 다음달까지 마무리해 외환 유입 관련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이 올라온 것은 정치적 사건과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맞물린 결과"라며 "외환 당국은 환율의 일방적인 급변동에 대해 강력한 시장안정조치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