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터리 소재 수입, 3년 만에 93.1% 증가
트럼프 신행정부, 이차전지 관세 검토…협상력 제고 지적
23일 한국무역협회(무협)가 분석한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수입액은 96억9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일·중 미국 배터리 소재 수입시장 비중 추이 그래프. /한국무역협회 제공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한국이 미국 배터리 소재 수입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가 이차전지 소재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전해져 한국이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중심의 대미 협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무역협회(무협)가 분석한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수입액은 96억9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50억2100만 달러보다 93.1% 증가한 수치다.
2023년 한국의 대미 3대 배터리 소재 수출액은 총 32억6800만 달러였으며, 이 중 양극재가 29억3000만 달러로 90% 가까이를 차지했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양극재는 전체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
2020년만 해도 미국 이차전지 소재 수입 시장은 중국이 28.9%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17.2%), 독일(10.1%), 캐나다(9.1%)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점유율은 8.5%에 불과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면서 한국에서 가져다 쓰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소재의 양이 중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핵심 소재 도입을 꺼리기 시작한 점도 한국 배터리 소재 수출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친환경 차량 시장이 확대된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IRA는 FTA 체결국에서 가공된 배터리 소재를 미국산으로 인정해 전기차 소비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계는 양극재 등의 핵심 소재를 한국과 캐나다 등에서 조달해 미국 내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식을 구축했다.
로이터는 최근 인수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세계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AP.뉴시스 |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차전지 소재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소재와 생산 비용 상승으로 전기차 가격이 인상되고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이 우선 압박 대상이 될 수 있어 정부 중심의 대미 협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자국 내 소재 생산 시설 건설을 우방국 기업들에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에 추가적인 투자 부담을 안길 수 있는 만큼 업계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며 "FTA 체결국의 지위를 적극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강화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크게 오를 경우 국내 유일의 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대미 수출 확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최근 인수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세계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