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충격에 환율 급등…국내 증시 폭락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0% 내린 2404.1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2.35% 내린 668.31로 장을 마감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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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김태환 기자]
◆ 美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환율 급상승·외인 순매도 확대
-다음은 증권업계 소식입니다.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0%(31.78포인트) 내린 2404.15에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2400선을 내주었는데요.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8172억원, 기관은 87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35%(16.05포인트) 내린 668.31에 마감했습니다. 코스닥도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875억원, 기관이 340억원 순매도하면서 지수가 하락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순매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졍했습니다. 시장 전망과 금리 인하 폭은 일치했지만, 연준은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를 두 번(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당초 연준은 내년 금리를 네 번, 총 1%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시장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겠다는 뜻인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앞으로 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면 환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미국의 달러 가치가 기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의 가치가 낮게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은행은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3.50%였던 기준금리를 3.00%로 낮췄습니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고, 한국은 서두르고 있었기에 환율 상승 효과가 컸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얼마나 올랐나요?
-2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1451.4원에 마감했습니다. 원·달러는 이틀 째 1450원선에 머물렀는데요.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1962.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570.7원)에 이어 3번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기반의 한국 증시에 투자할 경우 '환차손'이 나타나기 때문에 투자할 유인이 적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코스닥 순매도세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환율은 국가의 경제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도를 상징하는 지표입니다. 기준금리 문제 뿐만 아니라 비상 계엄 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성장 동력을 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향후 코스피가 개선될 여지는 없을까요?
-당장 회복되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지금처럼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단기간에 외국인의 수급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다만 추가 급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안 부결 여파로 종가 기준 2400선이 붕괴했지만, 이튿날 바로 반등에 성공한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요?
-금융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20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는 한국은행‧기획재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원·달러 환율 안정 차원에서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국민연금공단은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로 상향하는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에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를 고려해 기업들의 외화 결제와 외화 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고 추진해오던 '증시 밸류업' 정책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증시 밸류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증시에 악재 속에서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잘 작동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탄핵 정국에 미국 FOMC '쇼크'까지 국내 증시의 겨울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국내 증시가 반등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시 온기를 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장윤석 기자 |
◆ 한미약품, 4인연합 경영권 우위 유지에도 '끝나지 않는 분쟁'
-마지막으로 제약 업계 소식입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2차전이 끝났다고요?
-그렇습니다. 약 1년 동안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은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안건은 △박재현 사내이사(한미약품 대표이사) 해임 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건 △박준석 사내이사(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 건 △장영길 사내이사(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 건 등 4건이었습니다.
-이 안건들은 어떤 의미를 가졌나요?
-한미약품 이사회는 모녀 측인 4자연합(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 측 6명과 형제(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형제 측은 4자연합 측 이사 2명을 해임해 이를 뒤집고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겁니다.
-가족끼리 정말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 수(1268만214주) 가운데 출석률은 80.59%(1021만9107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박 대표에 대해 찬성 53.62%·반대 46.32%, 신 이사에 대해 찬성 53.64%·반대 46.30%의 표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사 해임 절차는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 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요. 출석 주주의 3분의 2인 66.7%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아 해임 안건은 부결됐습니다. 해임안 부결에 따라 기존 이사 해임을 전제로 한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은 폐기됐습니다.
-어느 정도 예측됐던 결과인가요?
-네 맞습니다. 지난 13일 약 10%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주총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해임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또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해임안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박 대표가 2년 재임 중 매분기 연속으로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 등을 고려하면 부실경영 또는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며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에 지난 6월 말 기준 39.14%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이날 임시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결국 주총 결과를 놓고 보면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41% 이상의 지분을 제외하면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을 해볼 수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건가요?
-아직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박재현 대표는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한미약품에는 형제 측의 고소·고발 8건이 들어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이제 주총이 끝났으니까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취하하는 게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저희가 봐도 근거도 없는 부분이고 한미사이언스 측에서도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총 이후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다만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이네요. 앞으로도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