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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줄인다던 정유·석화업계, 국제 기준 '미흡'…해법은
입력: 2024.12.20 14:41 / 수정: 2024.12.20 14:41

기후솔루션 평가결과 공개…에쓰오일 '최하점'
탄소배출량 대비 높은 무상할당량 비율 원인 지목


국내 5대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화학 사상 최대 규모로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국내 5대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화학 사상 최대 규모로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5대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핵심 수단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높은 무상할당량 비율이 감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16일 '멈춰선 탄소중립: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길 잃은 약속' 보고서에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기후솔루션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2016년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온실가스 저감 계획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 △전과정 평가 전략(LCA) △탄소배출권 확보 전략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국제적 지속가능성 및 탄소 인증서) 확보전략 기준 등 6개의 국제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이 30점 만점에 2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LG화학(22점), 롯데케미칼(19점), GS칼텍스(16점), 에쓰오일(13점)이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배출권 확보와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즉 스코프(Scope)3 배출량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반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실행 및 대응 전략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를 차지한 LG화학도 스코프3 배출량 관리와 ISCC 인증서 등 확보 전략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전 과정 평가(LCA)와 공급망 전반에 대한 구체적 관리 전략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롯데케미칼과 GS칼텍스는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 투자와 스코프3 관리 전략이 부족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감축 계획이 매우 제한적이며, 스코프3 산정과 전 과정 평가 전략이 부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효율적인 공정 운영과 함께 신규시설도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방식으로 현재 짓고 있는 중"이라며 "가능한 선에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고서는 1위를 차지한 SK이노베이션도 국제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5대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정유 및 석유화학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계획 평가 결과. /기후솔루션 캡처
국내 5대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정유 및 석유화학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계획 평가 결과. /기후솔루션 캡처

특히 보고서는 배출량 대비 기업 배출권의 무상할당량 비율이 매우 높아 감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배출권은 정부가 각 기업과 시설에 매년 온실가스 총 배출 허용량을 정해 나눠주는 제도다. 종량제봉투에 비유할 수 있다. 허용량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모자란 만큼 봉투를 사와야 하고, 기술 개발로 탄소 감축에 성공했다면 남은 봉투를 팔 수 있다. 이 같은 자율 거래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은 2015년부터 도입했다.

현행 제도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로 기업·시설별로 할당하는 배출권의 90%를 무상으로 주고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시장에서 기업이 돈을 내고 배출권을 사오는 유상할당은 10%에 그치는 실정이다. 배출권 가격도 올해 11월 기준 톤당 1만1000원원에 그쳐 10만원 안팎인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SK에너지와 LG화학, 롯데케미칼은 무상할당량이 실제 배출량을 초과해 각각 배출량 대비 할당량은 101%, 111%, 112%였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90% 이상의 무상할당 비율을 기록했다.

무상할당량 비율을 줄이고 톤당 배출권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고서 저자인 노진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느슨한 배출권거래제 하에서 백만톤 클럽에 속하는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은 대부분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을 바탕으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며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유상 할당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배출권 거래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김성환·김정호·박정·박지혜·박해철·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강화 방안은?'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유상할당 강화 필요성과 해외 재원활용 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국내 배출권 가격이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현행 제도가 탄소감축 수단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대부분 국가는 전환 부문을 중심으로 유상할당 100%를 시행하고 있으며 해당 재원을 감축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한국 기재부 의뢰로 지난 2022년 발간한 '한국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탄소국경 제한에 취약한가?' 보고서에서 "한국 배출권 거래제의 광범위한 무상할당과, 유럽연합과 한국의 배출권 가격 차이가 한국 수출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꼬집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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