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자동차 그룹 도약 가능성…합병 시너지는 미지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 닛산, 미쓰비시가 조만간 새로운 지주회사 설립과 지분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 제조사들이 합병을 추진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섰다. /뉴시스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일본의 대표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섰다.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등 신흥 강자들의 공세에 맞서 일본의 전통 완성차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합병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7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혼다와 8위 닛산이 합병을 추진 중이다. 20위권 자동차 회사이자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도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혼다, 닛산, 미쓰비시가 조만간 새로운 지주회사 설립과 지분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세 회사는 지주회사 아래에 통합되는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며, 통합 비율 등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향후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혼다·닛산·미쓰비시가 하나로 통합될 경우 지난해 기준 세 회사의 합산 생산량은 813만대에 이른다. 이는 도요타(1123만대)와 폭스바겐(923만대)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량으로 2년 연속 3위를 유지했던 현대차·기아(730만대)를 4위로 밀어내게 된다.
혼다와 닛산이 합병에 나선 배경은 BYD 등 신흥 전기차 업체들의 부상으로 인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한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혼다의 올해 1월부터 11월 24일까지 중국 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7%, 닛산은 10.5%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다. 닛산은 올해 3분기 90억엔(약 800억원) 손실을 봤다. 닛산이 지난달 전 세계 직원 90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것도 위기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결합은 연구개발(R&D) 비용 절감, 생산설비 통합,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강화 등의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혼다는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강점을, 닛산은 전기차 기술과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 DB |
혼다는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강점을, 닛산은 전기차 기술과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두 회사의 결합은 연구개발(R&D) 비용 절감, 생산설비 통합,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강화 등의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테슬라와 BYD가 선점한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력을, BYD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양사의 기업 문화 차이가 커서 통합 시너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48년 창립한 혼다는 독립 경영을 고수하며 자체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부분적인 제휴는 있었지만, 독립 경영 노선을 유지해 왔다. 닛산은 1999년 경영 위기 당시 프랑스 르노와의 동맹을 통해 사실상 통합에 준하는 관계를 형성한 경험이 있다. 이는 효율성과 글로벌 경영 체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닛산의 기업 문화를 변화시켰다.
일본식 장인정신을 강조해 온 혼다와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닛산의 문화적 차이가 통합 과정에서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혼다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 집약도와 노하우를 가진 반면, 닛산은 르노와의 동맹을 통해 글로벌 경험은 풍부하지만 기술 집약도는 약간 부족하다"며 "합병이 성공하려면 통합의 방향성과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혼다와 닛산이 기존 브랜드를 유지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통합할지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통합된다면 현대차·기아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들끼리의 합병은 시장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단순히 양적으로 세계 3위가 된다고 해서 질적 경쟁력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