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450원대로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 금리 인하와 관련해 내년에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 반영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내 펀더멘털(경제 기초 요건) 약화도 원화값에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9시 50분 기준 원·달러는 1448.90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급등해 17.5원 오른 1453.0을 기록하며 장중 최고치를 찍은 뒤 상승폭을 조금씩 축소해 나가기 시작했다. 시가 기준 환율 1450원 돌파는 2009년3월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 급등은 미국의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위원회)의 영향이 크다. 연준은 17일~18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춘 4.25~4.5%로 결정했다. 다만 점도표에서는 경제성장률 호조세를 기반으로 내년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시사됐다.
지난 9월 내년 인하 횟수로 4차례를 예상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차례만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의 '매파적 인하' 결과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2.95%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3.56%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58% 밀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5%를 넘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국내 정치 불안도 원화값을 짓누르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내년과 내후년 1%대 저성장 예고도 원화값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 심리 불안으로 올해 성장률을 11월 전망치 2.2%보다 낮은 2.1%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편,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예고 한 상태다.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외환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한 방향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향후 반대 방향으로 큰 폭의 반작용을 수반한다"면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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