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줄줄이 은행장 교체
이환주·이호성 비은행 계열사 CEO 출신 이례적이란 평가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 사장,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각 사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은행장 인사가 모두 끝난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은행장을 교체하며 안정 대신 쇄신을 택했다. 특히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예상 밖 인사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은행장 자리에 비은행 계열사 CEO가 오르는 케이스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동갑내기이자 영업통으로 불리는 두 후보가 향후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 사장,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우리은행장에 정진완 현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4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예상 밖 인사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은행 계열 CEO들의 '깜짝 발탁'으로 금융권의 경영쇄신 흐름을 방증하는 모습이다. 이전까지 부행장 중 한 명이 행장으로 승진하던 관례는 깨졌다.
우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에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내정됐다. 이 후보는 남은 절차를 거쳐 행장 취임이 확정되면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CEO가 행장이 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신임 하나은행장 후보에는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선정됐다. 이호성 후보는 2015년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후 하나금융 내에서 처음으로 비은행 계열사 CEO가 행장이 되는 기록을 쓰게 된다.
두 후보는 모두 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뒤 현재 비은행 계열사 CEO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은행 사업 역량을 쌓은 뒤 은행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이다.
이환주 후보는 1991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22년 KB생명으로 옮겨 푸르덴셜생명과 통합을 이뤄내 현 KB라이프생명 출범에 이바지했다. 그는 재무와 영업력을 겸비한 소위 '재무·영업통'으로 불린다. 그 결과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2562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올 3분기 누적 276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환주 후보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은행 출신으로 보험계열사 대표로 올라 활약했다는 점에서다. 양 회장 역시 은행 출신으로 지주 전략 담당 임원이던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직접 대표를 맡아 KB손보를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게 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 관계자는 "이환주 후보 추천은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환주 후보와 1964년생 동갑내기인 이호성 후보는 대구 중앙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 국내 영업 부문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영업통'이다. 이호성 후보는 지난해 1월 하나카드 대표로 선임된 뒤 2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은행장으로의 복귀를 알렸다. 그는 차세대 먹거리인 트래블 카드 시장을 선점하며 하나카드의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트래블로그는 출시 25개월만인 지난 8월 가입자수 600만명을 넘겼고 해외체크카드 점유율은 49.9%를 기록했다.
이호성 후보 역시 영업통이며 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닮은 꼴이다. 다른 은행에서 일을 시작해 CEO 자리에 올랐다는 점도 비슷하다.
함 회장도 1980년 강경상고 졸업 후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고 2002년 합병으로 하나은행 소속이 됐다. 대구 출신인 이호성 후보가 영남영업그룹을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은 것과 함 회장이 출신 지역인 충청영업그룹에서 활약하며 영업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점도 닮아있다.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를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두 후보가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강화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따른 이자이익이 예상됨에 따라 비은행 계열사 대표라는 경험이 바탕으로 새로운 핵심사업 성장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며 "(두 후보가) 영업통으로 알려진 만큼 내실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카드와 증권 등 9개 자회사 CEO를 바꾸는 고강도 쇄신을 단행했으나 정상혁 은행장을 재선임했다. /신한은행 |
이 가운데 두 후보는 '리딩뱅크' 탈환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카드와 증권 등 9개 자회사 CEO를 바꾸는 고강도 쇄신을 단행했으나 정상혁 은행장을 재선임했다. 이로써 4대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은행장은 두 후보와 같은 1964년생이다. 정 행장은 취임 이후 영업력 강화 전략을 펼쳐 리딩뱅크 지위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조1028억원을 기록해 2위 하나은행(2조7808억원), 3위 KB국민은행(2조6179억원)을 앞서고 있다.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남은 4분기 중 큰 변수가 없는 한 2018년 이후 6년 만에 리딩뱅크 탈환이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하나은행의 막판 추격도 거센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간 순익기준으로 리딩뱅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7808억원으로 신한은행과 3000억원 차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