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수가 정비 '하세월'
병원 직접 제휴로 데이터 확보·진료비 협상 대안
동물병원 제휴·비교 서비스 확대 필요
반려동물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정책이 추진됨에도 가입률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반려동물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가 가입에 발목을 잡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표준수가가 없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수심사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높은 손해율이 문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책적으로는 동물병원 진료체계와 질병명, 코드를 표준화하고 보험회사는 동물병원과의 제휴 확대 등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확대됨에 따라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의 '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개 손해보험사 통계 기준 반려동물보험 계약 건수는 7005건에서 올해 상반기 13만2764건으로 증가했다. 같은기간 원수보험료도 87억원에서 328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해외 국가와 비교하면 가입률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려동물 인구 중 반려동물보험 가입율을 살펴보면 스웨덴은 40%, 영국은 25%, 노르웨이는 14%, 네덜란드는 8%이지만 한국은 1.7% 수준에 불과했다.
반려동물보험 확대가 부진한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 수가나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동물병원의 진료체계에서는 질병명과 더불어 진료행위 명칭과 코드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질병에 대해 동물병원마다 상이한 질병명과 진료행위 코드를 사용하면서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다. 여기에 수의사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어 진료비 정보에 상당한 비대칭성이 나타나고, 동일한 질병에 대해 동물병원마다 상이한 질병명과 진료행위 코드를 사용함에 따라 양질의 통계 집적이 어렵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진료비용 체계가 비표준적이라 진료비 예측이 어렵고,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커 합리적인 보험료・보상한도 산출 및 신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결국 상품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손보사 관계자는 "동물병원의 경우 아직 의료수가에 대한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측정과 보험금 책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런 상황이다보니 펫보험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 되고,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코주름·홍채 등 생채 인식 정보로 반려동물을 등록 △반려동물 등록 의무 대상에 반려묘(고양이) 포함 △동물병원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진료항목 표준화 △다빈도 중요진료비 게시 등을 추진하는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동물병원과 제휴를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제휴 병원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개발과 진료비 협상 등을 진행해 합리적인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반려동물 질병과 관련한 코드와 보험수가 설정이 정책적으로 추진되지만, 완전히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동물병원과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리 데이터를 확보하고 진료비 등을 협상해 합리적인 상품을 더 빨리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반려동물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의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인지도와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보험의 비교, 가입 및 보험금 청구까지 가능한 금융 플랫폼은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상품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다"면서 "가격 및 서비스 품질 경쟁력을 갖춘 인슈어테크・보험회사는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이 있어, 해당 서비스는 보험회사 간 경쟁과 상품 혁신을 촉진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용품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상품 출시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부가 서비스로 보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입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실제 캐롯손해보험은 최근 반려동물 관련 구독 플랫폼 '페오펫'과 협력한 '펫보험 VIP 플랜'을 출시했다. 페오펫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반려동물보험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손보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반려동물보험의 보험료가 높고 필요성이 낮다는 인식이 많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은 소비자들은 일반 소비자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쓸 의향이 있다"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가 아닌 기업 대 기업 거래(B2B) 형식으로 틈새를 공략하고, 시장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