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 중견건설사 제일·신태양건설 부도
자금난에 올해 건설사 30곳 부도…5년 만 최다
부동산 침체·악성 미분양·PF 경색
건설업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마저 돈줄이 마르면서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이 생사기로에 놓였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지방에서 이름 있던 건설사가 무너졌다.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이런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17일 지방에 본사를 둔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확대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대출 시장은 얼어붙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건설업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마저 돈줄이 마르면서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이 생사기로에 놓였다.
지난 3일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1988년 건설된 제일건설은 익산을 중심으로 전북지역에서 '제일아파트', '오투그란데'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매출액이 1743억원, 2022년은 2156억원인 전북 시공능력평가 4위의 중견업체지만 미분양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05위, 부산 지역 7위인 신태양건설도 부도를 맞았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404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미분양이 늘고 공사 실적이 줄면서 PF 대출을 제때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현재까지 부도 건설업체(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된 업체 제외)는 30곳에 달한다. 이 중 25곳이 지방에서 나왔다. 또 지난해 1~11월(13곳)보다 2배 이상 늘었고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업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부도 업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의 경우 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방에는 미분양, 공사 지연 및 중단 등의 문제로 이자만 늘어가고 있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방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악성 미분양은 9월 1만7262가구에서 10월 1만8307가구로 6.1% 증가해 1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의 최대치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의 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분양가 급등세와 대출 규제 등으로 분양 시장 침체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향후 준공 후 미분양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 불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에 이어 부동산 매수심리까지 꺾이면 시행사들이 사업을 미뤄 건설사 일감이 사라진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8~27일 주택사업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기상황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결과 12월 전국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는 75.7로 전달보다 13.3포인트(p) 떨어졌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특히 서울의 전망지수는 93으로 지난 5월 이후 7개월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인허가실적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신규수주도 우려된다"며 "시행사들은 현재 여건이 개선될 시점까지 버티기로 돌입해 현금 여력이 높은 업체만 기회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부동산시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지방의 경우 입주 물량 중 잔금 부족, 세입자 미확보로 입주하지 못한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시세 대비 고분양가 부담이 큰 지방에서는 미분양 재고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