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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토크<하>] 계엄 탓에 은행권 밸류업 '위태'…금융지주 수장, 리스크 관리 '안간힘'
입력: 2024.12.15 00:03 / 수정: 2024.12.15 00:03

다른 백화점 매출 느는데 갤러리아는 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금융권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위태로운 모습이다. /더팩트 DB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금융권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위태로운 모습이다. /더팩트 DB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 금융권, 국내외 투자자 달래기 총력

-다음은 금융권 소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금융권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마치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모습인데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밸류업에 제동이 걸린 것인데 국내 증시 주요 기업 300곳으로 구성된 KRX300지수 하락 폭에 비해 은행지수와 보험지수가 3~4배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 동안 종가 기준 KB금융지주 주가는 18.18% 하락했습니다. 하나금융(-13.33%)과 우리금융지주(-10.98%), 그리고 신한지주(-5.93%)도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군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시장에선 정부의 밸류업 계획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요?

-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0일 기준 평균 62.75%로 의존도가 높은데요. 일례로 지난 5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등은 뉴욕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하며 투자자 관심을 끄는 데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국가 신인도마저 하락한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급속 냉각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각 금융지주는 국내외 투자자들과 소통에 나섰다고요?

-금융지주는 이번 사태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협적일 것으로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4대 금융지주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 대면 미팅, 서한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죠.

KB금융은 주요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서한을 발송해 현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에 대해 변함없는 이행을 약속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해외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밸류업 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약속하는 등 대외신인도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진옥동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별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등 시장 충격 대비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CEO, 이사회가 해외투자자와 대면·비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 계열사인 하나은행 등 금융자회사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리스크 충격이 그룹에 전이되지 않도록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우리금융도 금융 시장 안정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밸류업 계획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을 구심점으로 계열사 CEO들과 함께 기존 밸류업 계획을 지속해 나간다는 약속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해외 법인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건전성을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160여 해외 투자자에게 안내 서한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이 편지에서 우리금융은 "유동성 위험을 포함한 다양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현재 건전성 등 주요 재무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여전히 견고하고 올해 7월 공시한 밸류업 계획을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밸류업 계획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차질 없이 지속해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주요 외신들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고요?

-네. 블룸버그는 한국 경제를 '터뷸런스(난기류)'라고 표현했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한국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정치적 혼란을 고려할 때 한국 증시의 할인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혼란은 국가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었고, 이는 한국의 디스카운트를 근절하기 위해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어떤 입장인가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탄핵, 권력 교체, 정치적 불안정 여부와 관계없이 밸류업 프로그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반주주를 위한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만큼, 특정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커 다시 후퇴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 압구정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갤러리아 명품관 외관. /갤러리아
서울 압구정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갤러리아 명품관 외관. /갤러리아

◆ 명품에 집중하는 갤러리아, 매출 떨어지는 까닭은

-마지막으로 유통 업계 소식입니다.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이끄는 백화점 사업이 부진하다고요?

-그렇습니다. 김 부사장은 현재 그룹 내 유통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주력인 갤러리아 백화점 매출이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줄었을 것 같긴 하네요.

-네. 실제로 백화점 매출의 약 20~40%를 차지하는 명품 수요가 예전 같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 감소한 3630억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을 제외하고 개인 명품 수요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백화점 업황이 쉽지 않은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갤러리아를 제외한 백화점 주요 점포들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습니다. 유독 갤러리아 매출만 감소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 주요 점포인 압구정 명품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백화점들 중에서 매출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갤러리아 명품관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밖에 없습니다.

강남권에 위치한 경쟁 백화점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을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12% 증가했는데요. 현대백화점 무역점과 압구정 본점 매출도 각각 1%, 2.5% 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갤러리아 명품관이 명품 수요가 높은 압구정에 위치했음에도 매출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압구정 명품관은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전국 백화점 가운데 매출 8위를 기록할 정도로 이른바 '잘 나가던' 점포였는데요. 그러나 지난 2023년 순위가 10위 밖으로 밀려나 11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12위로 한 단계 더 떨어졌습니다.

-같은 업황 속에서 어떤 백화점은 매출이 늘고 어떤 곳은 줄어든 이유가 뭘까요?

-경쟁 백화점들의 경우 명품 외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 지난해부터 매장을 재단장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하 1층을 재단장해 올해 ‘스위트파크’(디저트 전문관)와 ‘하우스오브신세계’(프리미엄 푸드홀)라는 공간을 선보였는데요. 새로운 공간이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을 끌어모았고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보다 약 한 달 빠르게 매출 3조원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다양한 팝업으로 MZ 고객을 끌어모으면서 지난 11월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역시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른 성과라고 합니다.

이처럼 경쟁 백화점들은 젊은층을 유인하는 콘텐츠를 발굴해 매출 감소를 방어하고 있지만 갤러리아는 여전히 명품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특히 압구정 명품관은 '럭셔리 공간'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일부 매장 리뉴얼까지 들어갔습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적었던 웨스트 공간을 재단장해 명품관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직에 올라 올해로 만 1년이 된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 주력 사업의 성과는 절실한 상황인데요. 명품 등 VIP 콘텐츠에 집중하는 갤러리아의 전략이 향후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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