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승인, 국내외 공급망 확보 등 사업 기반 마련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에 신사업 박차
정유업계는 바이오연료 공급망 확보와 설비 투자 등 생산과 실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열린 'SAF 상용 운항 취항 행사'에서 오종훈(왼쪽부터) SK에너지 사장, 안와르 에이 알-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유업계가 바이오연료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요구가 거세지면서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정유업계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바이오 연료는 원유 기반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유럽 등에서는 의무 사용 비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는 바이오연료 공급망 확보와 설비 투자 등 생산과 실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 정세에 따라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유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친환경 흐름에 발맞추는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를 대만 선사인 양밍에 공급했다. 7월 국내 선사에 최초로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해외 선사에 처음으로 공급하게 됐다.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연료의 한 종류인 선박용 바이오디젤을 섞은 것이다. 선박용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80% 이상 적은 폐원료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 선박 엔진의 개조 없이도 사용 가능해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탄소 저감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바이오선박유를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선박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바이오선박유 시장 규모는 2024년 39억 달러에서 2034년 80억 달러로 연평균 7.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평택과 울산에 복수의 물류거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싱가포르, 유럽 등의 선사에도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EU'를 취득했다. ISCC는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지침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및 저탄소 제품에 대한 국제인증 제도다. 이 중에서도 ISCC EU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인증으로 EU 외 다른 국가들의 바이오연료 친환경성을 입증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국제 인증으로 통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SK울산 콤플렉스 내에 SAF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
GS칼텍스는 HMM·포스코·에이치라인해운 등 국내 선사 및 화주들과 바이오선박유 사업 협력에 돌입한 데 이어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디젤이 30% 함유된 바이오선박유 'B30 Bio Marine Fuel' 제품 제조 및 공급을 시작했다. 국내외 50개 이상 선사들에게는 2만5000톤이 넘는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또다른 바이오연료 기술 중 하나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에도 주력한다. SAF란 석유와 석탄 같은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해조류 등 친환경 연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뜻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를 대거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SK울산 콤플렉스(CLX) 내에 SAF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동식물성 유지 등 폐기물 기반 바이오 연료를 기존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에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받았다. SAF 국제인증(ISCC CORSIA)도 획득했다. GS칼텍스는 핀란드의 네스테에서 SAF를 공급받아 지난해 9월부터 대한항공과 함께 SAF 시범 운항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탄소 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흐름에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줄이는 SAF 사용은 점차 의무화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정유업계는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친환경 연료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기술 개발 등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한석유협회는 '해외 바이오연료 사업 철수·조업중단 동향' 보고서에서 "사회 전반적인 에너지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비용절감, 사업 환경 정비 추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