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이성락 기자] 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대여금 2억원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 씨 측이 "BRV 사무실에 현찰 2억원을 갖다 놓고, 이를 윤 대표가 수령하는 방식으로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조 씨로부터 5만원권 4000장을 전달받은 방식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씨의 법률대리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의 항소심 첫 재판이 끝난 직후 <더팩트>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전하며 "윤 대표는 은밀하게 '2개'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2억원 사용처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계에서는 윤 대표의 당시 행동, 사생활 등을 고려했을 때 개인 용도로 부정하게 사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초 동문인 윤 대표와 조 씨는 지난 2016년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매각을 함께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에게 2억원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했다는 게 조 씨 주장이다. 반면 윤 대표는 돈을 빌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금전을 대여했다는 원고(조 씨) 주장에 대해 피고(윤 대표)와 다투는 때에는 대여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며 "현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 2억원을 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도 '돈의 사용처'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윤 대표와 조 씨의 중국 메신저 '위챗' 대화 내용이 거론되자 윤 대표 측이 "두 사람 간 돈이 오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돈을 대여금이라고 볼만한, '돈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그렇다면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밝히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윤 대표 측은 "워낙 많은 돈이 오갔기에 기억을 못 한다는 취지다. 계좌로 이동한 돈이 아니라서 은행 자료 등도 없다"고 답했다.
조 씨 측을 향해서는 '그간 변제를 독촉하지 않은 이유'에 관한 재판부 질의가 있었다. 재판부는 "2016년 2억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은 지난해 제기했다. 뒤늦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조 씨 측은 "2억원이란 돈이 큰돈이긴 하지만, 윤 대표는 조단위로 돈을 버는 어마어마한 부자다. (이런 윤 대표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해야 하는지,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조 씨는 윤 대표에게 용도를 묻지 않았고, 이후에도 돈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조 씨 측은 윤 대표가 경찰 조사에 임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조 씨는 지난 10월 31일 대여금 미반환 사기 혐의로 윤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조 씨 법률대리인은 "윤 대표는 2개월 동안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빨리 종결해달라고 요청한다"며 "윤 대표가 무고하다면 경찰에 나가서 조 씨를 기만한 사실이 없다는 걸 소상히 밝히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윤 대표 법률대리인은 "왜 민사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 연결하느냐. 민사 법정에서 상대방이 당사자 사건 수사를 받으러 나가라고 왜 촉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그러면(윤 대표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 어느 정도 수사 결과가 참고될 만한 것 같다. 다음 기일은 추정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각에서는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윤 대표가 경찰 소환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대표는 과테말라 국적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LG그룹에 속하지 않고 해외 여러 곳에 확인되지 않는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홍콩 등에 자주 머무른다고 알려졌을 뿐, 행방을 쫓기 어려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편, 조 씨 측은 지난 10월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면서 손해배상을 추가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 씨 법률대리인은 "윤 대표 측이 2억원을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 대표는 조 씨를 속이고 2억원을 편취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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