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저비용항공사 노선 확대
누적 마일리지 3조5000억원 달해
"마일리지 소진 위한 사용처 확대 필요"
대한항공은 12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발표한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저비용항공사(LCC) 육성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새롬 기자 |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했다. 1969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국영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이 탄생한 지 55년 만이다. 4년에 걸친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를 마치고 물리적 결합을 마친 두 대형 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대한항공의 DNA를 아시아나에 심는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일각의 반발, 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 해소 등 과제도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펼쳐질 항공업계 재편 시나리오와 소비자 영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소비자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형 항공사(FSC)가 두 곳에서 한 곳으로 줄어들며 소비자 선택 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감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대한항공은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억3157만8947주(지분율 63.88%)를 취득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의 저비용 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이날 대한항공의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대한항공은 약 2년 동안 아시아나를 독립 운영한 뒤 최종적으로 한 회사로 통합할 방침이다.
◆국토부 "LCC 노선 운항 확대 지원"
국토교통부는 전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LCC 육성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LCC를 적극 육성하는 등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통합 항공사의 국제선 네트워크도 개선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서남아 등 중장거리 운수권을 추가 확보·배분해 LCC의 중·장거리 취항 기회를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경쟁 당국의 시정조치를 통해 대체 항공사가 진입이 필요한 노선에도 LCC가 먼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FSC의 경우 경쟁이 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항공권 가격 상승, 소비자 편익 감소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운임 상승과 중복 노선 통폐합으로 인한 소비자 선택지 감소 등의 부작용이 특히 우려된다.
국토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와 협업해 독과점 관리를 강화하고 시정조치 이행을 감독할 방침이다. 아울러 통합 항공사가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공급석·서비스 품질 유지 등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미국은 1대 1일 비율…3조5000억 마일리지 통합은?
양사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미사용 마일리지는 약 3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시장 가치가 아시아나보다 최대 1.5배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합병 이후 2년 동안은 각 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통합이 완료되면 양사의 마일리지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통합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보호 방안 보고서'에서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국제 선례, 가격 및 서비스 격차, 마일리지 활용 기회의 확장 가능성, 항공 동맹(스카이팀·스타얼라이언스)에 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대 0.9 등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항공사 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2008년 미국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2010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 2013년 아메리칸항공과 US 에어웨이즈 모두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1대 1 비율로 통합했다. 국제 선례를 참고해 공정한 통합 비율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양사 마일리지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며 공정위 등 유관기관과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마일리지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
◆양사 마일리지 프로모션 진행…효과는 '글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마일리지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는 각종 제휴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마일리지사용몰 'OZ마일샵'을 열었다. 또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를 통해 김포~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약 1만5000개를 제공했다. 대한항공도 이달부터 한진관광 여행 상품에 마일리지로 발급한 바우처를 사용하면 환급해 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제휴 상품 종류가 한정적이고 이마저 대부분 품절 상품이 많아 소비자 불만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3조원 이상 쌓인 마일리지에 앞으로 더 축적될 것을 고려하면 적체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일리지 사용처를 다양화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대형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마일리지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소규모 플랫폼과 연계해 더 많은 소비처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빠르게 마일리지를 소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사용처 확대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내년 3월 전까지 항공·공정거래 ·소비자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이행감독위원회를 통해 대한항공이 시정 조치를 적절히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에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 질 유지를 요구했다.
특히 마일리지와 관련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6개월 이내에 마일리지 통합 정책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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