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원 향해 가는 원·달러 환율,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유통가 긴장감↑
"가장 큰 리스크 '불확실성' 해소돼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서예원 기자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유통업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탄핵 정국 속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치적인 상황과 함께 경제까지 불안해지면서 환율은 1500원을 향하는 중이고 연말 대목임에도 소비 심리는 더 얼어붙었다. 유통기업들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당장 내년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 환율이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0.1원(4일) △1415.1원(5일) △1419.2원(6일) △1437.0원(9일) △1426.9원(10일) △1432.2원(11일)으로 집계됐다.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환율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되면서 단기 저항선은 1450원까지 높아졌다. 환율 1450원은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금융위기 외에는 겪어본 적 없는 '위기 환율'이다. 불안정한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15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물가와 소비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의 경우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 중이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2%대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 중인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때문에 물가와 소비 분위기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유통업계의 긴장과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 대목인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지만 더 큰 문제는 내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라며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어 당장 내년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내에서도 특히 식품업체들은 내수 부진에 원가 상승 압박까지 커지면서 난감해졌다. 식·음료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제조비용이 오르고 이는 향후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의 경우 몇개월치를 미리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년 사업 관련해서는 안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유통기업들은 내년 계획을 다시 살펴보는 등 비상태세를 강화 중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비상계엄이 종료된 지난 4일 전략실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사업별 이슈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내년 1월에 사장단 회의(VCM, Value Creation Meeting)를 열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해소돼야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예측 가능성이 생길 것 같다"며 "당장 이번 주 탄핵안 표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