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제정 유력했던 AI 기본법, 법사위 상정 무산
"한시가 급한 상황" vs "규제 중심 법안 보완해야"
10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AI 기본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여파로 연내 제정이 유력했던 인공지능(AI) 기본법이 표류 위기에 놓였다. 업계와 학계는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AI 사업 투자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 AI 기본법이 미흡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법안을 보완·정비해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갈렸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AI 기본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 법은 당초 전날 법사위 상정 이후 이날 본회의 통과 전망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관련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등 논의에 밀렸다.
AI 기본법 연내 제정이 불투명해진 상황에 업계 반응은 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AI와 관련해) 법적 근거가 있는데 우리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법 제정이 밀린 데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이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다"라며 "법이 규제하는 것들과 관련 업계 내에서는 역차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해외 기업에게는 (법 준수를) 강제할 수 없는 반면 국내 기업은 규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남윤호 기자 |
학계도 의견이 분분했다.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한시가 급한 상황인 만큼 법 제정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급하게 만들어 진 법인 만큼 이 기회에 법을 보완·정비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내년까지가 AI 경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한국이 AI와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정치가 불안정한 지금 상황에서는 국회가 법을 제정해서라도 일단 국가에 의한 지원, 투자와 관련된 안정적인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도 "AI 관련 법은 빨리 통과되는 게 가장 좋다"며 "법이 있어야 예산 집행의 근거가 있게 된다. 지금은 기술 격차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 육성과 규제도 (산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빨리 나아가야 한다"
다만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지금 상황에선 법안을 보완·정비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병호 교수는 "빨리 통과하는 게 좋긴 하지만 문제는 지금 법이 산업 육성과 규제 중 규제에만 집중돼 있는 것 같다"며 "두 가지는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 균형점을 잃으면 앞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인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체계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며 "올해 입법이 안 된다면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추가적 논의를 해야 한다. 법이 급하게 만들어진 만큼 '고영향' 개념 정의, 분류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AI 기본법을 여야 간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AI 기본법은 여야가 발의한 총 19건의 AI 관련 법안을 병합한 안으로 AI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과 윤리적인 사용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