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발탁…장재훈 부회장, 기획조정담당 겸직
현대자동차그룹이 10일 재무 라인을 중용하고, 기획조정 역량을 강화하는 2024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재무 라인을 중용하고 기획조정 역량을 끌어올리는 2024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 성공 이후 확대된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10일 현대차 이승조 전무와 구자용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기아 이태훈 전무는 부사장으로, 김승준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기획조정담당도 겸직한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하반기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와 미래 경영자 후보군 확대, 세대교체·다양성 강화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튼튼한 재무 관리 성과가 있는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고재무책임자 겸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한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전원 A등급 획득과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성과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준 기아 경영관리실장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전동화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배터리·수소 등 에너지 영역 전반 기술 개발을 이끄는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김창환 전무와 내연기관 전동화시스템을 망라한 구동계 핵심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전동화시험센터장 한동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 사업 전략 공표 이후 신규 선임 전체 임원 중 40대 비중을 4년 전 21% 대비 41%로 끌어올렸다. 기술 부문에서는 기존 차량 개발 분야와 미래 핵심 기술 분야 신규 선임 인원 64%가 40대다. 여성 임원은 지난해 4명 승진 대비 3배가량 늘어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그룹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과감한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현대차 이승조 부사장, 구자용 부사장, 김창환 부사장, 한동희 부사장 및 기아 이태훈 부사장, 김승준 전무. /현대차그룹 |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부터 기획조정담당을 겸하며 2인자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장 부회장은 그룹 관점에서 사업과 전략의 최적화를 통해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고 동시에 미래 신사업 육성과 투자를 총괄 관리하며 변화와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출신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바 있다. 올해 1월 고문역으로 합류한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는 현대차 사장으로 임명했다. 성 사장은 미국 부시, 오바마, 트럼프 1기, 바이든 정부에서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를 두고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미국이 가장 중요한 글로벌 시장으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 대응이 필수 조치가 됐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 대응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이 예고되면서 최근 방산 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두는 현대로템에 대한 신뢰감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부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내수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상황에서,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커진 만큼 탄탄한 재무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내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가 최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만큼 본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실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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