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vs 디에이치 한강
100% 조망권, 프리미엄 설계 등 차별화
향후 압구정 등 대형 정비사업 전초전 성격도
설사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 한남4구역 조감도(위), 현대건설 한남4구역 조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
[더팩트|황준익 기자]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두 회사는 설계와 인테리어는 물론 금융 혜택까지 차별점을 부각하며 조합원 표심을 얻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한남4구역을 누가 수주하느냐에 따라 향후 압구정 등 서울 대형 정비사업 시공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내년 1월 18일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마감한 시공사 선정 본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가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으로 총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두 건설사는 각각 해외 건축사무소와 손잡고 프리미엄 설계를 내세우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우선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한강변 전면 배치된 4개동에 층별로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의 원형 주동 디자인을 적용, 한강뷰를 극대화했다. 정비 사업 최초로 특허도 출원했다. 단지명은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남산과 용산공원, 한강이 어우러지는 단지를 재현하기 위해 45%의 조경률을 적용했다. /삼성물산 |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도 제안했다. 서울시청 잔디광장 6283㎡(1904평) 5배 규모의 대형 녹지 공간을 5개 블록에 나눠 조성하는 것도 특징이다. 남산과 용산공원, 한강이 어우러지는 단지를 재현하기 위해 45%의 조경률을 적용했다. 단지 전체 조경 시설의 녹지만 약 2만여평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금융 지원 차별화에도 나섰다.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를 비롯해 △조합원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최저 이주비 12억원 등 한남4구역 조합원을 위한 금융 혜택을 마련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완벽하고 차별화된 제안을 바탕으로 한남4구역을 대한민국 주거 트렌드의 새로운 이정표로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건축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잡았다. 단지명 '디에이치 한강'을 앞세워 한강의 물결과 남산의 능선을 형상화한 곡선미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직선형 설계를 탈피하고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제안했다.
현대건설 역시 조합원에게 100% 프리미엄 조망을 계획했다. 당초 51개 동에서 22개를 줄인 29개 동으로 세대간 간섭을 최소화하고 45도 회전된 주동 배치로 개방감을 높였다. 천장고 높이는 2.7m, 조망형 창호 높이는 2.5m로 시공해 공간감과 개방감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두 개의 스카이 브릿지도 단지 설계의 중심 요소다. 둘을 합쳐 한강변 최대 길이인 300m에 달하는 스카이 브릿지는 한강 조망을 넘어 조합원들에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강의 곡선과 남산의 자연미, 넓게 펼쳐진 공원 등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한강변 새로운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천장고 높이 2.7m, 조망형 창호 높이 2.5m로 시공해 공간감과 개방감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현대건설 |
한남4구역은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이다.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총 1만2466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 공급된다.
두 건설사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맞대결하는 건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이후 17년 만이다. 한남4구역 수주는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될 압구정과 여의도 등 대규모 정비사업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다.
또 두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은 내년부터 이한우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취임 직후 이 대표에겐 한남4구역 수주전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6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한 만큼 내년 이를 지키기 위한 공격적인 수주가 예상된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는 최근 2025년 정기인사에서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오 대표의 경우 2021년 취임해 주택부문에서 이렇다 할 경쟁 입찰이 없었다. 삼성물산이 이번 한남4구역에 사활은 건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래미안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라며 "현대건설은 신반포2차뿐만 아니라 압구정 등 한강변 재건축 수주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