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계엄령 선포로 비트코인이 순간적으로 5000만원 떨어졌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더라고요. 최근 주변 회사 동료들도 비트코인 투자를 했는데 30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위험자산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한 순간이었죠."
윤석열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계엄령 선포에 비트코인이 한때 30%까지 폭락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비상계엄 해제로 가격은 회복됐으나 최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속 대규모 손실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시장에선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부추겼으나 앞으로의 호재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비트코인의 10만 달러 돌파 여부를 두고 여전히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5일 오전 10시 15분 기준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83% 상승한 9만831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오전 한때 9만9200달러 선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9만9000달러선에 돌파한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뉴욕타임스가 주최하는 딜북 서밋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달러에 대한 믿음 부족이라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투기자산으로 '디지털 금'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금과 비트코인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그의 발언이 비트코인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폴 앳킨스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을 SEC 위원장으로 지명한 것 역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함에 따라 국내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으나 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연일 랠리했던 리플이 한국 계엄령 충격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급락하고 있다. 최근 급등했던 리플은 한국의 개미들이 랠리를 주도한 바 있다. 리플은 24시간 전보다 10.35% 급락한 2.26달러를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불안 심리로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에 불이 붙었고 투자자가 몰린 탓에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계엄 쇼크 당시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 대금이 폭증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4일 국내 5대 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은 약 51조5810억원에 달한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거래 대금인 약 15조원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비트코인마저 1억3000만원대에서 30여분 만에 8800만원대로 추락했다는 점이 한국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2시간여만에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며 시장은 분위기를 되찾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비상계엄이 시장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행히 지난 3일 밤 -30% 이상 급락한 김치 프리미엄은 간밤 0%로 회복됐고 비트코인은 다시 1억3000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26% 내린 1억3840만원을 나타내고 있다. 대량 매도 이후 발생한 '역프리미엄'을 활용한 차익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상계엄이 가상자산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이벤트가 글로벌 시장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비상 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4일 새벽) 환율·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된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발표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이 혼란을 겪었으나 국내 특수성을 파악한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가 늘면서 거래량이 폭증했다"며 "김치프리미엄 역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온 만큼 가상자산 시장이 다소 진정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