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세 불안에 건설사 '신뢰' 하락 우려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공사비 변동성도 커져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긴장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계엄 해제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긴장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계엄 해제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환율 상승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정세도 혼란해지면서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은 물론 해외 수주에도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은 4일 오전 김보현 대표이사 내정자 주재로 비상회의를 열었다. 계엄에 따른 영향이 없다는 점을 발주처에 알리고 현 시장 상황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차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지 국내 경제 상황이 복잡하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발주처에 설명하고 소통해서 우려와 걱정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했다"며 "환율, 금융시장, 원자재 시장 환경 변화들을 면밀하게 파악해 비상대책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2시20분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2.0원으로 2022년 10월 2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전날 오후 10시30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면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면서 건설업계도 시장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해외 수주를 벌이는 건설사들은 계엄으로 인해 K건설 신뢰도에 타격이 생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수주시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측면이 있고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는 환차익이 생길 수 있지만 향후 수주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수주에서는 기술력과 함께 신뢰도가 최우선인데 국내 정세가 불안하다고 느끼면 아무래도 수주에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297개 건설사는 해외 90개국에서 211억1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0.3% 감소한 수치다.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하면서 400억달러 목표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원전에 우호적이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해외 수주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불안 요인인 계엄은 어쨌든 악재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환율도 리스크다. 가뜩이나 원자잿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은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고환율로 국내 건설공사에 필요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으로 오르더니 지난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사비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엄이 단시간에 끝나 충격은 크지 않지만 결국 환율 변동성이 커져 고환율에 따른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오후 11시50분 박상우 장관이 주재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과 건설현장을 정상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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