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기 임원 인사 단행 예상
올해 초부터 리밸런싱 추진…인사 기조도 '조직 슬림화'
젊은 리더 통해 변화·혁신 시도할 듯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5일쯤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이 이번 주 4대 그룹 가운데 마지막으로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 앞서 주요 그룹 인사에서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SK그룹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5일쯤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연말 인사 명단을 공개해 왔고,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SK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고강도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승진자와 기존 임원 자리를 줄이면서 몇몇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는 그림이 유력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주요 계열사 임원 10~20% 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운영 개선'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당부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 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며 "'운영 개선'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장단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이미 일부 계열사 수장을 교체한 만큼, 추가적인 칼바람 인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3년 만에 신규 부회장이 탄생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데, 일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으로 역대급 실적을 이끈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 협의기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어 SK㈜와 SK디스커버리 간 경영진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CEO 세미나에서 '운영 개선'을 통한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더팩트 DB |
올해 임원 인사에서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은 SK그룹뿐만이 아니다. 앞서 2025년도 인사를 마무리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경제단체 경총이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CEO·임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중 60%가 내년 긴축 경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주요 그룹의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137명으로, 지난해(143명)보다 줄어드는 동시에 2017년 5월 96명 이후 7년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LG그룹의 임원 승진 규모도 지난해(139명)보다 18명 줄어든 12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유동성 위기론'에 시달린 롯데그룹의 경우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한다"며 전체 임원 22%에 퇴임을 통보했다. 롯데그룹의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축소됐다.
SK그룹은 앞서 일부 계열사 임원 인사를 통해 이미 조직 슬림화에 시동을 걸었다. SK에코플랜트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임원은 66명이었으나, 지난달 인사를 거쳐 임원 수가 51명으로 급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3분기 기준 1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며, 임원 감축에 이어 50대 이상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인사를 단행한 SK지오센트릭과 SK E&S가 각각 14.3%, 23%의 임원을 줄였다.
다만 SK그룹은 인사를 통한 변화와 혁신은 지속해서 시도할 전망이다.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과 LG 등 다른 기업들도 앞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 원칙에 맞춰 경영 성과가 우수한 젊은 리더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인사 폭을 제한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경영 환경을 도전적으로 돌파하기 위해선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을 경쟁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맡기려는 추세"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