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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0곳꼴…기업 밸류업 공시, 연말 속도 날까
입력: 2024.12.02 10:54 / 수정: 2024.12.02 10:54

키움증권부터 태광까지…6개월 간 61개 기업 참여
SK·LG·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집단도 속속 참여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61곳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61곳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권고한 지 6개월가량이 지난 가운데, 기업들은 한 달에 10곳꼴로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자 한 달가량 남은 올해 안에 밸류업 공시 이행을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에 따르면 KB금융이 지난 5월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약 예고 공시'를 통해 첫 발을 끊은 것을 시작으로 11월 29일 코스닥 상장사 ISC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그리고 이날 12월 2일 장중 태광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까지 총 111건(예고 공시 포함) 공시가 기업공시채널에 게재됐다. 이중 본 계획 공시를 이행한 기업은 총 61곳이다.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5월 28일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3개년 중기 목표로 설정하고 사업 부문별 전략 수립 및 신규 사업 진출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시했다.

공시 기업 중 몸집이 가장 큰 곳은 SK하이닉스였다.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7일 장 마감 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설비투자원칙(CapEx Discipline)에 따라 연간 투자 규모를 매출액 대비 평균 30%대 중반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고정배당금을 기존보다 25% 상향하고 연간 1조원가량을 배당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최상위 대기업집단도 공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SK그룹(20개사 상장)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6개사(이하 지주사 포함)를 공시 명단에 올렸고, LG그룹은 상장된 계열사가 11개에 불과하나 가장 많은 8개사의 본 계획을 공시했다. 현대차그룹(12개사 상장) 역시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3개사가 밸류업 공시를 이행했다.

지난 5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소개되고 있다. /이한림 기자
지난 5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소개되고 있다. /이한림 기자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배경으로는 한국거래소(거래소) 등 금융당국이 지난달 5월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시를 권고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래 계획을 종합적으로 담아야 하는 공시로서 연 1회 주기적인 공시 등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거래소가 지난 9월 24일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를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출시하면서 밸류업 공시의 중요도는 높아졌다.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기업을 대상으로 지수 포함 기준에 가점을 줬고, 향후 리밸런싱에서도 공시 이행 여부에 따라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상장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의지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양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총 2621곳인 것을 고려하면 상장사 중 97.02%가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서다. 물론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기업 중 코스닥 상장사가 단 4곳뿐에 불과해 규모별 차이는 존재한다. 다만 17개사가 상장한 삼성그룹을 포함해 주요 기업들도 아직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이 연말까지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인 태도로 바뀔 여지가 높다는 시각도 나온다. SK·LG·현대차그룹 등 규모가 큰 대기업집단들이 최근 들어서야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기 시작했고, 비용 등 문제로 고심하던 중소 상장사들도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연말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소매를 걷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기업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소기업이 작게나마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의 밸류업 공시에 더해, 그간 단 3곳뿐이던 코스닥 기업(ISC)이 가장 최근 공시(1일 기준)한 기업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며 "매월 수급이 빠지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에 따라 주주들을 달래는 차원의 밸류업 공시도 고려해 볼만하다. 삼성전자는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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