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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이재용 선택은 '반도체 쇄신'…한종희·전영현 '투톱' 강화
입력: 2024.11.27 11:35 / 수정: 2024.11.27 11:35

삼성전자, 2025년 사장단 인사 단행

삼성전자가 2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새롬 기자
삼성전자가 2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기 인사에 앞서 반도체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선택은 '쇄신'이었다.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부문의 수장을 과감히 교체하는 동시에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와 함께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투톱' 체제를 더욱 강화하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부문별 '책임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의 규모는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인사 명단을 12월 첫째 주에 발표했지만 '삼성 위기론' 극복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11월 마지막 주로 인사 시기를 소폭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진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
한진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

◆ 예고된 반도체 사업부장 교체

이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파운드리사업부장의 교체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파운드리사업부를 맡는다. 한진만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 말 미주총괄로 부임,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간 파운드리사업부는 수조원의 적자를 냈고, 대만 TSMC 추격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대신 성과를 보인 한진만 사장을 선택한 것이다. 기술 전문성과 글로벌 고객 대응 경험이 풍부한 한진만 사장은 공정 기술 혁신,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도 물러나게 됐다. 이 자리는 전영현 부회장이 채운다. 전영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도 겸하게 됐는데, 앞으로 메모리사업부는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메모리 기술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사 결과는 사실상 예고된 수준이다. 앞서 재계는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 중인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부장을 교체하는 등 신상필벌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1~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2조22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5조3845억원의 SK하이닉스에 밀렸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흐름을 읽어내지 못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점이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이재용 회장도 위기 상황을 인정하고 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5일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 지금 저희가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왼쪽)·전영현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 /더팩트 DB
삼성전자는 한종희(왼쪽)·전영현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 /더팩트 DB

◆ 한종희·전영현 '투톱' 강화

전영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하면서 삼성전자의 2인 대표이사 체제는 복원됐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한종희·전영현 부회장 등 베테랑들의 역할을 확대하며 '투톱' 체제와 부문별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영현 부회장은 기존 DS부문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 메모리사업부장뿐만 아니라 SAIT(옛 종합기술원)원장까지 4개 보직을 겸하게 됐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5월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현재까지 반년 정도 반도체 사업 개편을 준비해 왔다.

한종희 부회장도 기존 DX부문장, 대표이사, 생활가전(DA)사업부장에 이어 이번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 등 4개 보직을 겸한다. 한종희 부회장은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는 중책을 추가로 맡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인 대표 체제를 통해 부문별 사업 책임제 확립과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총력"

아울러 삼성전자는 반도체 근원적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승진·업무 변경 인사를 발표했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 반도체 경영전략담당을 맡는다. 반도체 핵심 업무로 전진 배치돼 풍부한 사업 운영 경험을 활용, DS부문의 새로운 도약과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에 앞장설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남석우 CTO는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선단공정 기술 확보와 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풍부한 제조 경험 등 다년간 축적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밖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겸 글로벌브랜드센터장인 이영희 사장은 DX부문 브랜드전략위원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이원진 상담역은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고한승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이, DX부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사장은 사업지원TF 담당이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 역량이 입증된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소비자 경험 혁신 등의 도전 과제를 부여했다"며 "이들은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조만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원 승진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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