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10대 건설사 평균 원가율 93%
본PF 전환 등 우발채무 관리 강화, 수익성 악화 대응
올해 3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이 93%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올해 3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이 93%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지자 건설사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관리를 강화하고 사업성이 낮은 곳은 공사까지 포기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2.85%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원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으로 95.88%에 달한다. 이어 현대건설(95.78%), SK에코플랜트(93.60%), 대우건설(93.36%), 포스코이앤씨(92.72%), 롯데건설(92.49%), GS건설(91.75%), HDC현대산업개발(91.03%) 순이었다. DL이앤씨(89.06%)만이 유일하게 80%대 원가율을 기록했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선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원가율이 오른 데는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급상승이 주원인을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건설공사비지수는 130.4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20년 9월(100.64)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올랐다.
2~3년 전에 수주했던 공사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했지만 그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를 떠안게 된다. 실제 원가율이 95%에 달하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원가 현장의 준공 물량이 상승함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은 개선되고 있지만 정산비용이 늘어나면서 원가율 개선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원가 개선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원가율은 높아지고 이익률은 낮아지면서 재무 관리와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PF 사업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달 PF 리스크관리 협의체를 신설했다. PF 운영기준을 재정립해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목적으로 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PF 대출 관련 보증금액은 12조1389억원에 달한다. 이중 브릿지론 보증 규모는 약 4조원 수준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PF 대출 관련 보증금액은 12조1389억원에 달한다. 이중 브릿지론 보증 규모는 약 4조원 수준이다. /현대건설 |
부동산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의 리스크가 커 시행사들이 제2금융권을 통해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 차입금이 '브릿지론'이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연대보증을 한다. 이후 착공에 들어가게 되면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고 고금리로 조달한 브릿지론을 금리가 낮은 1금융권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본 PF'라고 부른다. 본 PF로 전환되지 않고 사업이 늦어지면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건설은 브릿지론 보증 규모를 연말까지 2조원 밑으로 낮출 계획이다. 본 PF 전환을 통해 브릿지론 우발채무를 해소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시공권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가산 LG전자 부지는 본 PF 전환이 완료됐고 CJ 가양부지는 내년 3월 착공을 계획하고 있어 조만간 본 PF 전환을 앞두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최근 대전 도안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 시공권을 포기했다. 롯데건설은 토지 확보 과정에서 시행사에 300억원의 후순위 대출 보증을 섰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로 본 PF 전환을 하지 못한 채 브릿지론 만기를 계속 연장, 롯데건설은 결국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사업 포기로 대출 보증을 선 300억원은 돌려받지 못하지만 오히려 시공에 나설 경우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업계에선 본 PF 전환이 브릿지론 우발채무를 줄이기 위한 절대적인 수단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은 지방에 PF사업장이 집중돼 있어 재무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본 PF 전환하더라도 사업성과 분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