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美 해군 MRO 착수…HD현대도 내년 본격화 전망
지난 9월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안벽에 접근하고 있다. /한화오션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이후 한화오션에 업계 안팎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중 패권 갈등 속 자국 조선업을 보강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 조선업계를 낙점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한화오션과의 특별한 '인연'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글로벌 톱티어 HD현대의 행보도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과 급유함 '유콘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윌리 쉬라함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조선업 최초로 미국 해군 MRO 사업에 나섰다. 이달에는 유콘함 사업을 추가로 따냈다.
업계에서는 여러 상황이 얽히며 한화오션의 방산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조선업이 쇠퇴에 접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조선업 시장은 중국과 한국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중국과 글로벌 해양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한화오션은 미국 시장 중요성을 인지한 듯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지분 100%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조선소는 다양한 분야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해군 수송함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성공으로 쾌재를 불렀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인 시절인 지난 1998년 경남 거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 분야 능력을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국제 정세 변화에 발맞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방문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 품에 안긴 뒤 한화오션으로 새출발한 후 김 회장이 사업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김 회장은 "한화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 7월 함정기술연구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HD현대 |
한화오션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린듯하지만, '방산 맞수'로 평가받는 HD현대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함정 수출 최다 기록은 HD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다. 한국이 현재까지 해외로 수출한 함정 40여척 중 HD현대중공업 건조한 함정이 18척이다.
HD현대는 지난 7월 함정기술연구소를 출범해 향후 10년 113조원 규모 미래 함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산하 조직인 함정기술연구소는 함정 사업 핵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을 국내외 업체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지난 7월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자격을 확보했다.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필리핀 함정 MRO 실적 등 능력은 입증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미국 해군 MRO 사업 수주에 뛰어들 전망이다. 지난 9월 당시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미국 함정 MRO 사업에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김승연 회장까지 등판한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도 정 부회장이 최근 HD현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링에 오른 모양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부회장에 승진한 지 1년 만에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장악력을 강화했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으르렁거리던 한화와 HD현대 사이 '훈풍'도 감지된다. 한화오션은 이날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이 개입했는지를 수사해달라며 제출한 고발장을 취하했다. 한화오션은 "정부 원팀 전략에 협조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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