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용약관 심사 13개 유형 시정
장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 3호사건 이용자에게 불리한 알리, 테무 불공정 이용약관 심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플랫폼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고 부당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등 독소조항이 가득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불공정 약관이 무더기로 적발돼 시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알리·테무는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대략 국민 1000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알리·테무를 통한 위해물품 유입,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이를 바로잡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공정위가 약관조항을 심사한 결과,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하여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도 있었다.
이것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손해배상범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효인 약관이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고의·(중)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특히,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 발생 시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명확히 선언했다.
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하여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도 있었다.
해당 조항은 사업자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용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알리·테무에게 영구적인 사용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해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이다.
알리·테무는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는 등 개인정보 및 이용자 콘텐츠의 수집·활용과 관련해 부당한 내용을 더 이상 포함하지 않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이 있었다.
해당 조항은 알리·테무와 이용자 간 분쟁의 배타적 관할권을 외국 법원에 부여해 국내 소비자의 소제기 또는 응소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 조항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함과 동시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외에도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여 불공정성을 해소했다.
공정위는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알리·테무의 약관을 정상화해 1300만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pep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