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한도 기존 5000만원→1억원 상향
2금융권 '머니무브' 일어날지 관심
예금자 보호 한도가 24년 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인 가운데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예금자 보호 한도가 24년 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의 관심이 뜨겁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따른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선 자금 쏠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상호금융에 있던 자금이 일시적으로 저축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역시 일시적이어서 큰 지각변동은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리는 예금자 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6개월 뒤인 내년 4월부터 보호 한도가 상향될 전망이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로 2001년부터 운영됐다. 예금보험공사가 평소에 금융회사로부터 보험료(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한 후 금융회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현재 원금과 소정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까지만 보호된다. 개정안 시행 시 한도는 1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선 보호 한도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례로 미국은 1인당 25만달러(약 3억2575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41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83만원)까지 보호한다.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서 저축은행 등 1금융권보다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예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과 관련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대안별 실천 방안 또는 장단점을 분석해 최적의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 사장은 은행·상호저축은행 등 업권에서 급격한 머니무브 가능성을 의식한 듯 "(한도) 1억원 상향에 대해서 꼭 해야 하느냐는 회의감이나 부정적 영향이 없지 않다는 우려가 완전히 일소되지는 않는 듯하다"며 "왜 (한도) 1억원이 필요하고 어떤 의의가 있는지, 또 소위 부작용이 어떻게 해소될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시중은행 고객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더팩트 DB |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선 자금 쏠림 가능성이 낮다고 점치고 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시중은행 고객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개별 상품 기준 최고금리 차이는 0.2%포인트에 불과해 예금을 이동해도 소액의 이자만 더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상호금융에 있던 자금이 일시적으로 저축은행으로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역시 일시적이어서 큰 지각변동은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상호금융권 중 새마을금고는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 대신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예금을 보호한다. 중앙회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하고 있다. 농협과 수협의 지역조합, 신용협동조합의 예금 역시 관련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따라 보호된다. 따라서 예금자보호제도를 개정해 한도를 상향하더라도 상호금융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제도 변화에 따라 상호금융권도 자체적으로 보호 한도를 상향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자금이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머니무브가 크게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예금자보호제도를 개정해 한도를 상향해도 상호금융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상호금융에 있던 자금이 일시적으로 저축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은 있다"며 "상호금융권 역시 자체적으로 보호한도를 상향한다면 오히려 저축은행으로 몰릴 자금이 상호금융권으로 나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도 "현재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에 예금금리차이가 크지 않고, 저축은행 영업환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한도 상향 시 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현재도 저축은행에 고액 예금자 비중도 일정 부분 이상 차지하고 있어,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으로 인한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에선 예금보험료(이하 예보료)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예보료는 예금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기금이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예금 잔액 대비 0.4%로 타 업권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시중은행의 예보료율은 0.08% 수준이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이 높은 이유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연결된다. 당시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퇴출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한 만큼 금융권 리스크에 대비해 더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한 예보료는 총 5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보호 한도가 늘어날 경우 추가로 보호되는 금액에 대한 예보료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예보료가 오를 경우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이 예금 이자를 낮추거나 대출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와 동일한 요율의 예보요율이 적용된다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