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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 코로나 치료제 개발 사실상 실패에도 결과 발표 미루는 이유
입력: 2024.11.19 00:00 / 수정: 2024.11.19 00:00

2차 및 탐색적 평가 변수서 통계학적 유의성 입증 못해
"세부 집단 결과 오해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임상과 관련해 2차 및 탐색적 평가 변수에서 주 분석군으로 분석한 결과 통계학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DB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임상과 관련해 2차 및 탐색적 평가 변수에서 주 분석군으로 분석한 결과 통계학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신풍제약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임상 3상이사실상 실패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는 자료를 배포하고 있어, 신풍제약의 행보가 투자자들이나 관련업계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더팩트>가 입수한 피라맥스 임상 3상 시험 결과보고서(CSR)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1차 유효성 평가에 이어 2차 및 탐색적 평가 변수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풍제약은 지난 3월 22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CSR을 전달받았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10월 임상 3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신풍제약은 지난 4월과 이달 8일 열린 감염질환학회에서 2차 및 탐색적 평가 변수 일부에서는 유의미한 결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다시금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다만, 신풍제약이 발표한 결과는 주 분석군 'mITT Set'이 아닌 'mITT 1 Set'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임상 3상 시험에 참여한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가 아닌, 증상발현 이후 72시간 이내에 투약을 진행한 대상자만 따로 추출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임상시험 통계 가이드라인에는 △주 분석 대상군에 포함될 임상시험대상자 집단은 임상시험계획서의 통계 부분에서 정의한다 △우월성 임상시험의 경우 모든 분석 대상자군에 대한 분석이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 분석대상군이 되어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세부 집단의 결과는 임상 3상 결과 전체를 대변할 순 없다. 즉, 신풍제약이 세부 집단의 결과만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유의미하다고 발표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확대 해석의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임상 3상 시험 결과보고서에는 피라맥스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2차 유효성 평가변수(상단)에 대해 통계분석 주 분석군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모든 지표에서 특기할 만한 군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탐색적 평가변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서다빈 기자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임상 3상 시험 결과보고서에는 피라맥스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2차 유효성 평가변수(상단)에 대해 통계분석 주 분석군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모든 지표에서 특기할 만한 군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탐색적 평가변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서다빈 기자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4월 유럽학회 발표가 끝나면 피라맥스 임상 3상 결과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지만, 관련 내용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상장 기업은 주주와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내용 등 현황을 제대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신풍제약은 과거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다고 선언하면서 주가가 폭등한 기업인 만큼 해당 임상 결과에 대해서는 투자자들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신풍제약은 임상 3상의 최종 결과 발표를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

신풍제약은 사업보고서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3월 CSR을 수령해 사실상 임상 3상이 실패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올해 5월·8월·11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반기·분기보고서에는 'COVID-19 치료제로 기허가 제품인 피라맥스정'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신풍제약 관계자는 "주 분석군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게 맞으며. 회사는 세부 집단인 mITT 1 Set 군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취재진이 공시에 기재된 '기허가'에 대해 묻자 신풍제약 관계자는 "여러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임상시험 통계 전문가 A 씨는 "신풍제약은 임상 3상 시험의 2차 및 탐색적 평가변수에 대해 임상시험 계획 당시 설정한 주 분석군이 아닌 세부 집단 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유효한 평가를 도출 한 것처럼 발표한 것"이라며 "세부 집단의 결과만을 가지고 임상 3상 주 연구 분석 결과를 발표를 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신풍제약은 임상 3상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풍제약의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사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급등했다. 지난 2020년 2월 3일 6470원 선이던 주가는 같은해 9월 21일 2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고꾸라졌다. 현재 신풍제약의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1만880원이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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