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교체 유력
대형 건설사 조직개편·인사 본격화
'재무통' 대표 선임해 수익성 관리 주력
연말 인사철이 시작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금리와 건설원가 상승 여파로 불황의 타격을 피하지 못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어서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연말 인사철이 시작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금리와 건설원가 상승 여파로 불황의 타격을 피하지 못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어서다. 특히 올해 들어 주요 건설사들의 수장이 잇따라 교체되는 등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 쇄신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5일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사장단 인사 명단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윤영준 사장 후임으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 전무를 새 대표이사에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 넘게 몸담았다. 윤 사장이 1957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세대교체 성격이 강하다. 1970년대생이 현대건설 사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사장은 2021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올 초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이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1% 감소했다. 수주는 활발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를 피해갈 수 없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홍현성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됨에 따라 새 대표이사를 내정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내부 인사 대신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의 이동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64년생인 주 부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소형모듈원전(SMR),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경영전략과 재무 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5일 신임 대표이사로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내정하고 다음달 선임할 예정이다. 백정완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대우건설은 "빠른 조직 안정화와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5일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사장단 인사 명단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
김 신임 대표이사 예정자는 대한민국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뒤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과정을 총괄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3년간의 독자 경영을 약속했는데 올해로 그 기간이 끝난다. 앞으로 중흥 체제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1일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김 예정자에 힘을 실어줬다. 대규모로 기존 임원을 물갈이하고 전체 팀장의 약 40%를 신임 팀장으로 교체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인적 쇄신을 반전 수단으로 삼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전중선 대표), GS건설(허윤홍 대표), DL이앤씨(서영재·박상신 대표), SK에코플랜트(장동현·김형근 대표), 신세계건설(허병훈 대표) 등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이중 SK에코플랜트는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3%나 줄었고 DL이앤씨도 마창민 전 대표이사를 포함 임원 18명이 계약 해지를 통보받아 전체 임원 57명의 3분의 1이 물러났다. 연말까지 삼성물산과 GS건설, 현대건설 등의 인사가 예정돼 있다.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앞선 건설사들과 비슷한 인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허윤홍 GS건설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재무통으로 꼽힌다.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재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인력 재배치와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 수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 경기 둔화 등으로 국내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사실상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순이익률은 0.5%에 그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악화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예년보다 빠르게 인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재무통을 대표로 앉히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임원 감축 등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