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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벤츠 AMG SL 63, 럭셔리·고성능 동시 충족 '달리기 괴물'
입력: 2024.07.21 00:00 / 수정: 2024.07.21 00:00

8기통 트윈터보 고출력·전자제어 스티어링의 기민한 응답성 제공
좁은 후열·터치 조작 지붕 개폐는 '단점'


부산 기장군 아난티 호텔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의 컨버터블 모델 AMG SL 63 4MATIC+가 전시돼 있다. /김태환 기자
부산 기장군 아난티 호텔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의 컨버터블 모델 'AMG SL 63 4MATIC+'가 전시돼 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페이커의 차."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게이머 중 하나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AMG SL 63의 특별 한정판을 증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펼치는 페이커와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AMG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AMG SL 63은 70년 역사를 가진 벤츠의 AMG가 독자 개발한 첫 SL 모델로, 강력한 주행성능과 더불어 우수한 코너링과 제동 성능을 지원한다. 천연가죽으로 마감한 고급스러운 질감의 내장과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럭셔리한 내장을 장착했다.

<더팩트>는 지난 16~17일 부산 일대를 주행하며 벤츠의 AMG SL 63 4MATIC+ 모델을 직접 체험해봤다.

AMG SL 63의 전면부는 강렬하면서도 공격적인 느낌을 줬다. 커다란 그릴은 크롬으로 마감된 세로줄이 그어져 있었는데 마치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보는 듯한 웅장함을 제공했다. 그릴의 얼핏 보면 맹수의 이빨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AMG 시리즈의 엔진이 특유의 '사자 울음소리'를 낸다는 점을 감안하니 더 재밌게 느껴졌다. 그릴 가운데는 삼각별 벤츠의 로고가 커다랗게 박혀 존재감을 과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SL 63 4MATIC+의 측면 모습. /김태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AMG SL 63 4MATIC+'의 측면 모습. /김태환 기자

측면부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유선형을 강조했다. 트렁크 부분이 다소 짧아 기민하고 민첩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커다란 21인치 멀티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은 '나는 달릴 준비를 마쳤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후면부는 로드스터 차량 특유의 낮고 단단한 인상을 그대로 구현했다. 후면부가 약간 볼륨감을 강조해 둥그스름하게 마무리됐는데, 보디빌더의 탄탄한 엉덩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내부는 12.3 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더불어 11.9 인치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았다. 가운데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했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줬다. 특히 지붕을 개방했을때 햇빛 반사를 막으려고 디스플레이 각도를 12도에서 32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전동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SL 63 4MATIC+의 후면 모습. /김태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AMG SL 63 4MATIC+'의 후면 모습. /김태환 기자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천연가죽이 반영됐고 스티치도 깔끔하게 마감됐다. 항공기 엔진 모습을 형상화한 송풍구는 이 차가 고성능 차량임을 재차 강조했다. 짙은 보라빛 엠비언트 라이트는 고급감을 더했다.

지붕을 개방할 때는 디스플레이에서 터치로 조절하는데, 이게 굉장히 불편했다. 물리버튼과 달리 누르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거나 손가락 위치가 조금만 벗어나도 조절이 즉시 중단됐다. 실제로 터치 인식 문제로 두세번 재차 손가락을 누르고 나서야 지붕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었다. 만일 주행 도중에 조작하게되면 더 오래 걸릴것 같았다. 지붕 개폐 전환 과정 자체는 매끄럽게 진행됐고 체감상 15초 정도 걸렸다.

후열은 사실상 사람이 탑승하기 어려웠다. 키 174cm 성인 남성이 지붕을 닫은 채 앉자 고개를 완전히 푹 숙여야 할 정도였다. 140cm의 초등학생이 탑승해야 만족할 수준이었고, 레그룸도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 제원상 4인승으로 분류됐지만 후열은 '쿠션이 있는 짐칸' 수준이라 2인승에 가까웠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SL 63 4MATIC+ 후열에 착석한 모습. 키 174cm의 성인남성이 고개를 완전히 숙이고, 무릎이 1열 앞까지 침범할 정도로 공간이 부족했다. /김태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AMG SL 63 4MATIC+' 후열에 착석한 모습. 키 174cm의 성인남성이 고개를 완전히 숙이고, 무릎이 1열 앞까지 침범할 정도로 공간이 부족했다. /김태환 기자

시동을 걸자 특유의 중저음의 으르렁 울음소리가 울렸다. AMG 특유의 엔진 소리에 AMG 차량은 저먼 머슬(German Muscle)이라는 별명도 가지고있다. 8기통 트윈터보의 가속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제트기처럼 치고 나갔다. AMG SL 63 4MATIC+는 3982cc 배기량에 최고 585마력, 81.5kg·m의 최대 토크를 제공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3.6초에 불과하다. 다만, 같이 시승한 기자가 12기통 시절 AMG에 비하면 다소 힘이 떨어진 것 같다는 지적도 했다.

강력한 출력에 맞게 서스펜션도 단단하고 강하게 차체를 잡아줬다. 벤츠 측은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해 최적의 주행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시속 80km로 다소 빠르게 주행하다 포트홀을 밟아도 차량이 한번 크게 휘청인 다음 다시 자세를 제어했다.

AMG SL 63 4MATIC+의 21인치 멀티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 /김태환 기자
AMG SL 63 4MATIC+의 21인치 멀티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 /김태환 기자

무리한 차선변경에도 차가 휘청이는 느낌이 없었으며, 날렵하고 잽싸게 원하는 위치로 휙휙 움직였다. 시승차에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해 민첩하면서도 안정적인 조향을 지원 해줬다. 원하는 곳에 원할 때 갈 수 있도록 차가 긴장하며 대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차음성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지붕을 완전히 닫고 주행을 해도 외부 소음이 크게 들렸고 하부 소음도 많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21인치 휠이 코너링과 운동성능 측면에서는 좋지만 승차감과 소음 부문은 아쉬웠다. 다만, 오픈카 특성상 당연히 감수해야할 측면이기도 하다.

강력한 주행 성능을 만끽하면서도 지붕을 연 상태로 주행하는 '에어링'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할 수 있는 차량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수중에 2억3800만원만 있었더라면 바로 사버렸을지도 모른다. 퍼포먼스모델은 2억6300만원이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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