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영업손실, 임직원 주식 지급 비용처리 영향
에스엘디티 비상경영, 조만호 총괄대표 복귀 등 개선 노력
무신사가 지난해 창사 첫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실적 부진을 겪는 자회사를 개선하고 올해 흑자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 전경 /더팩트 DB |
[더팩트|우지수 기자] 무신사가 창사 이래 첫 연결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자회사 실적이 부진해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았다. 창업자 조만호를 총괄 대표이사로 복귀시키고 자회사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는 등 경영 개선을 꾀하는 무신사가 첫 적자 상처를 꿰멜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2년) 112억원 영업이익에 비해 적자로 전환했고, 2012년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매년 성장하면서 전년 대비 40.2% 상승한 993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무신사의 첫 영업적자는 에스엘디티(SLDT) 등 자회사의 영업손실 영향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엘디티는 리셀(소비자간 중고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억원 대 손실을 내는 무신사의 '아픈 손가락'이다. 에스엘디티는 지난해 영업손실 2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2년) 기록한 427억원보다는 개선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무신사 자회사 중 가장 큰 적자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 복지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비상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자회사를 제외한 무신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37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과 비교해 40% 감소한 수치다. 무신사 측은 임직원에 대한 일시적인 주식 보상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 별도 실적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온라인 편집숍 '29CM' 실적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임직원 지급한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 따른 비용 계상 효과로 지난해 주식 보상 비용이 약 349억원이 책정됐다. 전년 대비 50.2% 증가한 영향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RSU는 임직원에게 현금 성과급 대신 회사 주식을 지급한 뒤 주가 상승분에 따라 보상하는 제도다. 회사 실적이 좋으면 지급액이 함께 늘어나는 셈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올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RSU 경우 지난해 조만호 창업자가 임직원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무상 증여한 것이다. 이것이 비용 처리가 돼 영업이익 적자로 이어진 것"이라며 "RSU는 일회성이었다. 앞으로는 평년 수준 비용 지출이 예상돼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스엘디티가 288억원 영업손실을 내자 이 회사 인원 감축, 사무실 임대 비용 절감, 임직원 복지 비용 축소 등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무신사 |
무신사는 부진을 겪고 있는 자회사 긴축 경영에 들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에스엘디티는 지난달 20일 인원 감축 등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김지훈 에스엘디티 대표이사가 사내 메일로 일부 임직원에 대한 권고사직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메일에서 "현재 솔드아웃은 비상경영을 하고 있으며 체질 개선을 위한 인원 감축을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원 감축 규모는 전체 임직원의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엘디티는 사내복지와 사무실 임대에 사용되는 비용부터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직원 건강검진, 대출이자 지원 등 선별적 현금성 지원 감축을 선언헀고 기존 재택근무와 조기 퇴근 제도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에스엘디티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를 실시해왔다.
무신사는 에스엘디티 외에도 물류 사업 무신사로지스틱스, 결제 사업 무신사페이먼츠, 의류 브랜딩 기업 어바웃블랭크앤코 등 적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 실적 개선을 위한 경영 개선 역시 필요한 모양새다.
무신사는 조만호 창업자를 올해 3년 만에 회사를 책임지는 총괄대표로 복귀시켰다. 조 대표는 지난 2021년 무신사 쿠폰 발행 남녀 차별과 이벤트 이미지의 '남성 혐오 논란' 등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났다. 무신사는 사업부를 글로벌&브랜드와 플랫폼 사업부로 나눠 각자대표를 두기로 했다. 한문일, 박준모 대표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사업 부문별 수익성을 강화하게 됐다.
무신사 관계자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문성과 실행 속도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구분해 운영하는 구조 변화를 시도했다"며 "이번 조직 개편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최근 무신사 스탠다드 외연 확장 등 사업을 점차 키우고 있다. 성장 속도를 더 낼 것"이라면서도 "자회사들의 영업손실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상 경영이나 창업자 복귀 등 행보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진을 겪는 다른 자회사들에서도 에스엘디티와 같은 긴축 경영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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