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상 한국식 전통 청주는 '약주', 일본식 청주는 '청주'
민족 명절 설날, 차례주 선택으로 전통 의미 찾을 수 있어
지난달 28일 서울시 구로구 홈플러스 신도림점 주류 코너에 '예담', '경주법주', '백화수복' 등 차례주로 쓰이는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우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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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우지수 기자] 민족 대명절 설은 차례를 지내며 시작한다. 차례상에 올리는 차례주로는 일반적으로 맑은 술 '청주'가 애용된다. 그런데 선택하는 차례주에 따라 우리 조상들의 전통 방식으로 빚은 술이 차례상에 올라가기도 하고, 일본 방식으로 만든 술이 오르기도 한다.
설날 차례상에 한국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을 올리고 싶다면 제품 뒷면 라벨을 확인해 보자. 한국식 청주는 식품유형란에 '약주'로 표기돼 있다. 대표적으로 국순당 '예담', 금복주 '화랑'처럼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이다. 식품유형에 '청주'로 표기된 술은 일본식 청주 '사케' 제조법을 활용한 술이다.
일본식 청주 중에서도 '정종'은 일본 사케 브랜드명이다. 차례상에 오래 올랐고, 차례주를 지칭할 때 쓰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전통 술과는 거리가 있다. 19세기 일본에서 정종(正宗)과 청주(淸酒)가 발음이 '세이슈'로 같다는 점에서 착안해 탄생했다.
정종은 지난 1883년 부산 이마니시 양조장이 조선 최초 일본식 청주 공장을 만든 이후 국내 인기가 높아졌다. 조선 내 다양한 지역에서 저마다 정종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일본식 청주를 대표하는 명사가 됐다.
이후 1960년대 들어 정부가 부족한 쌀을 아끼고자 양곡보호령을 선포했고 쌀을 사용한 전통 곡주 생산이 전면적으로 금지됐다. 국순당 관계자는 "양곡보호령으로 생긴 한국식 청주 빈자리를 구하기 쉬운 정종이 차지하면서 한동안 차례주로 정종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월 28일 전북 익산시 한 가정에서 설 명절을 맞아 어린 아이들이 조상을 위해 마련한 차례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뉴시스 |
우리나라 주세법에서 일본식 청주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맑은 술만 '청주'로 인정하는 이유는 뭘까. 주세법이 지난 1909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세법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조세법 제정 당시 일제는 술을 조선주와 일본주로 분류했다. 조선주는 탁주와 약주, 일본주는 청주를 지칭했다.
당시 조선에서도 청주를 빚고 있었지만 일제는 일본식 청주에만 청주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했다. 한국식 청주는 약주에 포함시켰다. 한국 전통 청주는 누룩을 주 발효제로 사용해 빚은 술에서 침전물을 걸러내고 맑은 부분만 담은 술이다. 이때 정해진 술 분류가 현재 주세법에도 남아있다. 주세법에서 청주는 누룩이 1% 미만으로 사용된, 사케를 만들 때 쓰는 입국(흩임누룩)이 주 발효제인 술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종이 아닌 누룩을 사용한 한국식 청주가 우리 전통 방식으로 빚은 술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주·청주가 역사와 주세법상 차이가 있지만, 차례주로 사용할 때 엄격히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한국 기업이 국산 원료를 사용해 만드는 술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백화수복', 금복주 '경주법주' 등 주세법상 청주로 분류되는 술을 차례상에 올려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이명순 대경대 세계주류양조과 교수는 "차례주로 써야 하는 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한국식 청주와 일본식 청주를 구별해 올릴 필요는 없다. 우리 술을 두고 정종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된다"며 "민족 대명절 설날에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만들어온 한국식 청주를 찾아 차례상에 올린다면 전통을 찾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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