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첫날 제외 효과 미비 평가
제도 자체 개선 목소리 커져
금융 당국이 지난 11월 5일 자본 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향후 8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고 두 달여가 지났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더욱 거세지는 등 여전한 온도 차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돈이 없는데도 남의 주식을 빌려 우선 팔고, 주가가 내리면 싼값에 다시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다. 이러한 공매도 기법은 개별 기업의 주가가 내릴 때 지나친 하방 압력을 막아주고 증시 전반에 걸쳐 수급을 지탱하기 때문에 선진화된 금융기법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공매도만큼 국내 증권 시장에서 해묵은 논쟁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외인과 기관 등 덩치 큰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지만, 향후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기법 자체가 오히려 주가 하락을 조장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이에 공매도는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투자자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컨트롤 타워인 금융 당국도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단행하면서 투자자들을 달래 왔다. 다만 금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공매도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이 이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간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전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대급 경제위기' 때만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는데 올해는 비교적 평시임에도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효과는 있었다. 공매도 금지가 발표된 올해 11월 5일은 일요일로 휴장이었으나, 6일부터 '숏커버링'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가 무려 전 거래일(3일, 2368.34) 대비 5.66% 오른 2502.37에 마감했다. 2007년 동일철강 이후 16년 만에 '황제주'(주당 100만 원 주가)에 등극했던 에코프로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공매도 금지를 두 팔 벌려 반긴 개인 투자자들은 폭발적인 매수세로 화답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외인과 기관 중심으로 움직이던 국내 증시가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면서 공매도 금지를 영구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단, 이런 주장은 공매도 금지 이틀째인 11월 7일 하루 만에 코스피가 2.33%, 코스닥이 1.80% 하락 마감하기 전까지에 불과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운데)가 지난 8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조사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 증시는 '우상향' 공매도 금지 효과는 '글쎄'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가 두 달가량 지난 12월 27일 기준 코스피는 공매도 금지 이전(11월 3일) 대비 10.35% 코스닥은 9.94% 상승해 있다. 수치만 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증시 상승에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공매도 금지로 국내 증시 이탈이 우려됐던 외인과 기관은 이 기간 매수 우위였으며, 개인은 매도 우위였다. 지난 한 달 기준으로도 외인과 기관은 각각 2조 원, 4조 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은 7조 원을 순매도 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99%의 공매도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과 기관의 자본이 빠져나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유효하지 않은 결과다.
'빚투'(빛내서 투자)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9월 약 20조 원까지 치솟았다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11월 16조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2월 들어 보름 만에 17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배경 중 하나인 시장 안정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공매도 금지 때문에 증시가 상승했다'는 명제의 답을 '아니요'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매도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개인 투자자들과 시장 변동성 축소를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금융 당국 등의 온도 차가 여전하다는 해석이다.
공매도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를 조치할 때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동성 공급자나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는 허용했으며, 공매도 대차 상환 기한과 빌린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할 대주담보비율(개인 120%, 외인·기관 105%)을 손보지 않은 점도 지적을 받는다. 이달 초 금융 당국이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놨으나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고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외인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인데 우대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던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실에서 악용될 여지가 많아 한시적 금지 후 모든 측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