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단행한 인사서 안정 속 쇄신 방점
내부통제 시스템 수술대에
국민과 함께하는 KB금융 상생 키워드 내세워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공식 취임하면서 KB금융은 9년 만에 새 수장을 맞게 됐다. 사진은 양종희 회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
코로나19 종식에도 올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했다. 금융권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새판짜기에 분주했다. 그 결과 KB금융그룹은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고, 신한·우리·NH농협금융그룹은 새 수장과 한 해 농사를 펼쳐나갔다. 당국은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디지털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지주가 안정과 쇄신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생존경쟁을 펼친 가운데 <더팩트>가 올해 각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결산해 본다. 아울러 당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황원영 기자] 양종희, 리딩금융.
올해 KB금융그룹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키워드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에 수장을 바꾸며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달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양종희 시대가 닻을 올렸다. 양 회장은 2021년 KB금융 부회장에 오르면서 경영 승계 과정을 밟았다. 3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터라 그의 취임과 동시에 회사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기대를 쏟아냈다. 특히, 전임 회장이 KB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리딩금융 입지를 다져 놓은 만큼, 그 바통을 이어받은 양 회장의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양종희 회장이 본인의 색깔 내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회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취임사를 보면 그가 임기 내 만들어갈 KB금융의 윤곽이 보인다. 그는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어 가겠다며 경영철학으로 상생을 내세웠다. 첫 출근길에서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KB금융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양종희호 출범과 함께 업계의 관심은 단연 인사·조직개편에 쏠렸다. 취임 직후 단행하는 인사인 만큼 9년에 걸친 윤 회장 색깔을 단숨에 바꾸기보단 안정 속 쇄신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양종희 회장은 지난달 말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연임,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달 14일 단행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도 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등 주력 계열사 CEO는 교체하지 않았다. 대신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은 내부 출신 전문가를 수장으로 내세우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계열사 내부 승진으로 안정을 꾀한 점도 돋보였다. 업계 내에서는 양 회장이 손발을 맞출 CEO 선임에서 전문성에 주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양종희식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인사에 이어 양종희 회장이 우선 과제로 수술대에 올린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다. 양 회장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디지털화 작업에 착수하고 이달 15일 지주 내부통제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 회장은 내부통제 디지털 트랜스포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인공지능·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등을 활용해 금융거래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아울러 내부통제와 관련한 주요 데이터를 시각화해 실시간으로 제공, 전 직원의 경각심을 높일 계획이다. 이 같은 방안은 KB금융을 둘러싼 내부통제 논란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KB금융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무상증자 업무 중 얻은 미공개 정보로 약 127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금융당국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근에는 홍콩 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우려로 KB국민은행이 금융감독원(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이들이 판매한 ELS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논란도 일고 있다. 주요 계열사 수장인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직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자 양종희 회장이 가장 먼저 고삐를 죈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 회장은 지난 9월 회장 내정자 선임 당시에도 금융사고 예방과 불건전영업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지난달 취임사에서도 사고 없는 모범적인 금융기관을 강조했다.
양종희 회장은 취임사에서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은 양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제7대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KB금융 |
고강도 내부혁신과 더불어 취임 당시 강조한 상생에도 힘쓸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일 상생금융을 압박하며 고삐를 죄고 있어 단기 과제가 아닌 금융권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상생 키워드에 걸맞게 양종희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참여하던 희망나눔캠페인 기부 액수를 대폭 늘렸다. 양 회장은 이달 1일 희망나눔캠페인 출범식에 참석해 이웃사랑 성금 200억 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기부액보다 2배 늘어난 금액이다.
장기적인 상생 지원 방안도 강구한다. 앞서 글로벌 긴축 장기화에 따른 경기회복세 둔화로 가계·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은행이 이자장사로 돈벌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은행의 종노릇 등의 발언으로 금융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자 21일 은행권은 역대 최대인 2조 원+α(알파)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놨다. 18개 은행이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키로 했는데 KB국민은행의 분담금이 가장 클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KB금융 차원에서 추가 상생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딩금융 수성, 이를 넘어선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KB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7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3321억 원)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5조 원대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만 놓고 봐도 1조37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실적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로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3분기 기준 KB금융에서 은행 수익 비중은 62.6%에 달한다. 타 금융그룹 대비 비은행 부문 수익(37.4%)이 높은 편이나 이 비중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KB손해보험, KB증권, KB국민카드 등 은행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중 업계 1위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평가를 받는다. 리딩 금융에 맞는 리딩 계열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자장사 등의 비판으로 은행 이익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비은행 부문 강화로 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양종희 회장은 지주 전략 담당 임원이었던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아울러 지주 부회장 시절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전담한 만큼 양 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비은행 강화로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리딩금융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무대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은행은 4개국에 5개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는 10여개 해외법인을 지닌 신한·하나 등 보다 적은 수준이다. 2020년 인수 이후 5년간 순손실을 내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도 과제다. 부코핀은행은 올해 상반기 첫 흑자전환했으나 3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내년에는 부코핀은행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수익 비중을 높일 전망이다. 양 회장은 앞서 부코핀은행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 정상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한 지 한 달이 막 지난 만큼 그의 경영성과보다 당면과제에 기대와 우려가 실린다. 리딩금융 타이틀을 안고 있는 KB금융이 양종희 체제 속 어떤 결실을 볼지 주목도가 높아진다. 양 회장은 신년을 맞아 오는 1월 취임 후 첫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향후 KB금융을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전망이다.
[관련 기사]
[2023 금융CEO②] 진옥동 신한 회장, '리딩 탈환'보다 '내실 성장'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