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통해 본 정경유착·유전무죄 실태 국회 토론회
이호진 회장-법무부-검찰, '희대의 스캔들' 진행형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 토론회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의 온갖 비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장병문 기자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익을 편취한 기업인이 가벼운 처벌을 받고, 대통령 특사로 복권되어 같은 회사에 복귀하려 했다. 유죄 판결을 받고 취업이 금지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배후에서 다른 사람을 내세워 부정을 저질렀다. 사면된 지 두 달 만에 이 전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비리 기업인의 사면과 복권은 경제 활성화는커녕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성실히 일해 온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힘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지만 주주, 노동자, 소비자의 이익을 가로채 자신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경제사범의 (경영) 복귀는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 토론회 인사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토론회의 부제는 '황제보석 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유전무죄 실태'였다. 토론회에선 부제에 걸맞은 태광그룹의 온갖 비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아직도 진행형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법무부, 검찰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전 회장이 뉴스 사회면을 장식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회삿돈 421억 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 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법정 구속된 그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판을 받은 끝에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구속기소 된 이 전 회장은 긴 재판을 받는 동안 7년 10개월간 이른바 '황제보석' 특혜를 받아 교도소 밖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해왔다. 병보석이라는 사유가 무색하게 술집을 다니고, 떡볶이를 먹으러 다닌 게 언론에 포착돼 세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이 전 회장을 포함시키면서, 이 전 회장은 경영권 복귀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별사면을 심사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 송종호 변호사가 태광그룹 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이 차관은 지난달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면심사위 심사에서 회피했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이 전 회장 자택과 태광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이하 태광공투본) 대표는 이 전 회장의 비리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초유의 태광그룹 사태는 자본의 법치 지배를 드러내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이 전 회장의 (김치·와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이 실제로 태광그룹을 움직이는 사람은 이 전 회장으로 사익편취에 직접 관여했다고 명시적으로 판시를 했는데, 검찰은 아직도 기소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를 인정한 만큼 검찰이 기소만 하면 사법적 처벌이 확실한 상황이지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서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이 전 회장 사건에 대한 직무유기에 대해 이 대표는 "법무부 전·현직 장·차관 연루 의혹의 사회적 파문을 더욱 부채질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횡령·배임 및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로 시작된 태광그룹의 사법처리 과정은 정경유착, 관권로비, 유전무죄 등 (우리나라가) 재벌 특혜 계급 사회임을 오롯이 드러낸 스캔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 토론회(부제 황제보석 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유전무죄 실태)가 열리고 있다. /허주열 기자 |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의 만기 출소 후 외부에 포착된 첫 번째 경영 행보인 준법경영 조직 '정도경영위원회 해체'에 대해선 "황제보석 적발 직후에 발족해서 당시부터 태광그룹의 대관 조직이라는 의심을 샀던 정도경영위원회는 정확히 총수 수감 기간 중에만 유지됐다. 이 정도면 정말 투명한 목적과 의도를 드러낸 경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후 사회적 지적이 어어지자 준법위원회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섞은 '미래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발표했지만, 여전히 외부인사 하나 없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 경영진 내부 모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태광산업의 방사성 폐기물 불법 보관 및 관리 △전 계열사 대상 해고와 희망퇴직 △골프 로비 △흥국생명 성추행 사건 △흥국생명 채권 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50대 기업 중 ESG 위원회가 없고, ESG 보고서조차 발간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 태광그룹"이라며 "'없는 게 없는 재벌 비리'의 온상으로 숱한 논란과 기행, 불법행위를 하면서 정치·사회적 특혜를 이어가고 있는 태광그룹은 경제 윤리와 사회 정의, 공정 시장이라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이 전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기 전인 지난해 말 태광그룹의 '12조 투자' 공수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태광그룹은 10년간 12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다. 당시는 신년 특별사면·복권에 대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개최를 정확히 일주일 앞둔 시기였다"며 "아직 이에 대한 후속조치는 단 한 가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결국 특별사면 직전에 발표된 태광그룹의 12조 원 투자 계획은 단 일보도 전진하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두율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은 직원들에 대한 김치, 와인 강매와 협력사에 대한 골프장 회원권 강매 등 비도적적인 횡포마저 서슴지 않았고, 법무부 역대 장·차관이 직접 연루된 황제보석과 특별사면이라는 '희대의 법무부 스캔들'을 일으킨 자"라며 "(사면·복권 이후) 또다시 비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사면 심사를 했길래 이런 사람이 사면 대상에 오른 것인지, 참으로 기가 막힌 사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은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암적 존재'로 법으로 운영되는 사회에서 '무법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 크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이 전 회장의 부당한 사면을 주도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고발장을 써놨다"며 "태광공투본과 함께 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