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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에 유통 맡겼던 해외 패션 브랜드, '직진출' 선언에 업계 '울상'
입력: 2023.08.31 00:00 / 수정: 2023.08.31 09:48

직진출 선언하며 국내 독점계약 해지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
유통업계, 새로운 해외 패션 브랜드 발굴 집중


한국 패션 시장의 가능성을 점친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직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더팩트 DB
한국 패션 시장의 가능성을 점친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직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유통 기업을 통해 입지를 다진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직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해외 패션 브랜드의 국내 유통을 맡았던 기업들은 이들의 변심으로 매출 하락을 겪고 있지만 해외 브랜드에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토종 브랜드를 키우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여러 해외 패션 브랜드가 다년간 협력해온 국내 기업과 독점 계약을 끊고 본사가 직접 판매에 관여하는 '직진출' 운영으로 방침을 바꾸고 있다. 해외 브랜드는 지난 몇 년간 국내 패션 시장이 커지면서 본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걸로 분석된다. 매출의 한 축을 책임졌던 브랜드들이 이탈하자 업계에선 직진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이고 있다.

패션 브랜드가 한국 기업과 독점 유통 계약을 맺으면 국내 매출은 독점 계약을 체결한 기업 몫으로 계산된다. 반면 본사가 직접 사업을 전개하거나 매니지먼트 계약만을 맺는 직진출로 해외 운영 방식을 바꾸면 국내 기업 매출이 아닌 본사 매출로 합산돼 수익성이 커진다. 기존 현지 기업은 매장 판매 등 유통 일부를 담당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24일 스웨덴 패션 브랜드 아크네스튜디오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10년 동안 맺어온 독점 유통계약 내용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비용 집행과 투자는 아크네스튜디오의 한국 법인 아크네스튜디오코리아가, 기존에 매장 운영과 유통 업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맡으며 두 회사는 새로운 협력 관계가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1월에도 11년간 유통 계약을 유지해온 프랑스 브랜드 셀린느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어 메종 메르지엘라, 마르니, 질샌더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패션기업 OTB도 한국 법인 OTB코리아를 설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해외 패션 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60%에 달해 해외 브랜드 축소는 매출 타격으로 돌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상반기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0%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미국 운동복 브랜드 뷰오리를 론칭하는 등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국내에서 인지도를 키운 해외 브랜드의 독점 유통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톰브라운은 삼성물산과 2011년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후 삼성물산은 자체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에 톰브라운을 입점시키는 등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톰브라운은 지난달 국내 법인을 세우고 직진출을 선언했다. 삼성물산은 상품 발주와 매장 운영만을 맡게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톰브라운과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로 했다. 새로운 사업 파트너 관계로 재정립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섬은 지난 6월 컨템포러리 브랜드 CK캘빈클라인의 모회사 PVH와 10년 만에 계약을 종료했고 LF는 연간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오던 독일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과 계약을 종료했다. PVH와 버켄스탁 두 기업 모두 국내 직진출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해외 브랜드 수입에 열중하면서도 국내 브랜드를 탄탄히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업계에선 해외 브랜드 수입에 열중하면서도 국내 브랜드를 탄탄히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공들인 해외 브랜드가 연이어 이탈해도 패션업계는 더 많은 해외 브랜드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해외 브랜드의 직진출이 걱정되지만 매출 비중이 커 놓을 수 없는 분위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만료된 후 본사 운영으로 변경되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주기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라고도 볼 수 있다"며 "이탈하는 기업을 막을 수는 없으니 다른 방책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코스메틱 분야에서 최소 3개 이상의 새로운 브랜드를 시장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섬은 지난해 8월 스웨덴 브랜드 아워레가시와 독점 계약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샀고 이후 스웨덴 브랜드를 연이어 들여왔다. 삼성물산 역시 올 하반기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예고했다. 자크뮈스, 스튜디오니콜슨, 가니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색다른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브랜드 발굴에 집중하면서도 국내 브랜드 입지도 함께 다져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단 진단이 나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자리 잡은 브랜드의 인지도와 역사, 스토리를 그대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은 소위 '매출 올리기 쉬운 길'"이라며 "유통 공룡 기업들이 토종 패션 브랜드를 육성해 앞서 설명한 인지도와 스토리를 만들기보단 외국 수입제품 판매에 열중하는 모습은 아쉬운 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브랜드들의 직진출도 이번 패션업계 실적 부진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탄탄한 국내 브랜드 수를 늘린다면 매출 비중이 큰 브랜드가 유통사를 이탈하더라도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주 한성대 글로벌패션산업학부 교수는 "이번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셀린느, 과거 두산의류와 폴로랄프로렌처럼 직진출로 기업이 쓴웃음짓는 사례는 많다. 기업 차원에서 해외 브랜드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을 때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유통을 담당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국내 브랜드를 키워내는 등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우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한국 패션에 대한 해외 시장의 반응도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도전하면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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