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글로벌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초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3'에 총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총수들은 과거 'CES' 현장을 찾아 세계 시장 동향을 파악했지만, 회장직에 올라 그룹 경영을 책임진 뒤에는 참석이 뜸했다. 총수들의 방문이 현실화된다면 직접 기업 비전을 알리는 '공식 무대'에 오를지 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 달 5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참가 예상 인원만 10만 명으로, 코로나19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과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주요 인사들의 참석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특히 그룹 총수들이 참석해 전시 현장을 직접 챙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총수들은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탓에 챙기지 못한 부분을 채우려고 'CES'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CES'는 시장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밝혔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해 첫 해외 출장으로 'CES'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CES 2022' 참석을 검토했으나, 행사 직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내년 행사에는 큰 변수가 생기지 않은 한 참석이 유력하다.
SK는 지난 2019년부터 그룹 차원으로 'CES'에 참가하고 있다. 'CES 2023'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을 주제로 전시관을 꾸릴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SK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탄소중립 경영 의지를 알리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제품들을 둘러보는 등 글로벌 시장 흐름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CES'를 찾은 글로벌 리더들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상무 시절 'CES'에 참석한 이후 2013년까지 7년 동안 'CES'에 참석하는 등 해당 행사에 큰 관심을 쏟아왔다. 2014년부터 'CES' 현장을 찾지 않았지만, 회장 승진 후 처음으로 맞는 'CES'인 만큼, 10년 만에 다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매년 'CES'에서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꾸리고 다양한 혁신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치열한 IT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에서도 총수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에는 현장을 찾지 않았으나, 과거 부장 시절부터 'CES'에 참석하는 등 'CES'를 중시해왔다. 실제 구광모 회장이 참석할 경우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전장 사업과 관련해 힘을 실을 것이란 평가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이 부스를 꾸릴 예정으로, 가전부터 디스플레이, 전장 사업까지 다양한 기술 전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차기 총수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참석한다. 앞서 정기선 사장은 'CES 2022'를 글로벌 데뷔 무대로 삼고 미래 비전인 '퓨처 빌더'를 제시했다. 이번 'CES 2023'에서도 미래 해양 전략과 성장 동력 등 그룹의 비전을 소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번 'CES 2023' 참가를 통해 50년간 쌓아온 그룹의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해양 시대 미래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총수들이 'CES' 현장을 방문하더라도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비공식 미팅에만 주력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총수들의 방문이 현실화된다면, 기업 사장단의 참석률이 예년보다 높아지며 비즈니스 교류가 더욱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CES'에 참석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내년 행사에는 불참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가 전시관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만 참석, 부스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롯데그룹에서도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