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원영 기자] KB국민은행이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 원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대형 금융사의 첫 대규모 투자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대량매각한 뒤 단행한 투자로 더욱 주목받았다. 티맵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2조2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23일 KB국민은행과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KB국민은행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KB국민은행은 티맵모빌리티 지분 8.3%를 보유한 4대 주주에 올라섰다.
투자는 티맵이 실시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신주 148만7111주를 주당 13만4489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이번 신주 발행가격은 액면가의 26.8배로 매겨졌다. 따라서, 이번 투자에서 티맵모빌리티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총 2조2000억 원이다. 2020년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단에서 분사할 당시 우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았던 기업가치(1조 원)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12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및 상생 협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 체결 이후 6개월간 논의해 온 결과로, SK스퀘어의 볼트온 투자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볼트온 투자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 연관성이 큰 다른 기업을 인수 또는 협업하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보험·대출 등 금융서비스와 모빌리티 서비스 간 시너지 효과와 1400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한 티맵 플랫폼 경쟁력,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성장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티맵모빌리티는 KB국민은행은 물론 보험, 카드, 캐피탈을 포함한 KB금융그룹 계열사들과 협력을 가속한다. 티맵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보험·대출 상품을 비롯해 중고차·주차·발렛 등 다방면에서 금융과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양사가 구상하는 대표 서비스는 티맵 플랫폼 종사자에 특화된 소액 대출이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금융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이들을 위해 실제 근무일수와 업무 활동, 고객 피드백과 같은 플랫폼 활동 이력을 기반으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낮은 신용점수로 어려움을 겪는 플랫폼 종사자들도 각종 금융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리·탁송·발레파킹 관련 통합 보험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도 선보인다. KB국민은행의 노하우를 활용한 포인트 제도, 결제 서비스 등을 티맵과 연동해 소비자들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B캐피탈의 중고차 플랫폼 KB 차차차에 티맵 운전점수를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이전 차주가 얼마나 차를 안전하게 운행했는지 참고하고, 자차 판매 때는 운전 습관에 따라 차별적 금융 혜택을 받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번 거래는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 매각 후 이뤄졌다. 지난 18일 국민은행은 보유한 카카오뱅크 주식 약 3800만주 중 1476만주를 2만8704원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도했다. 이는 전날 종가보다 8% 낮은 가격으로 매도금액은 총 42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율은 기존 8.0%에서 4.9%로 낮아졌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티맵모빌리티와 함께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양사가 가진 핵심역량과 자산 기반의 교류를 통해 성장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금융과 모빌리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