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확대에 구조조정…퇴직금 10억 받은 경우도[더팩트│황원영 기자]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확산에 따라 은행권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만 56세 임금피크제 직원뿐 아니라 40대 직원들도 줄줄이 퇴직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역대 최대 규모가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희망퇴직 조건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했거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직원은 4888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기타 직원들도 만 54~55세(1966~1967년생)부터 신청할 수 있다. 관리자급은 1974년생부터, 책임자급은 1977년생부터 가능하다.
특히, 이번에는 1980년대생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반 행원급의 경우 1980년생(만 40세)부터 희망퇴직을 받는다.
우리은행이 40대 초반 직원에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기 퇴직자에게 수년치 연봉을 안겨주는 등 양호한 퇴직 조건을 제시하면서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임금피크제 진행 중인 1966년생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월평균 임금 최대 24개월, 나머지 대상자에게는 최대 36개월 특별퇴직금을 제공한다.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 원의 학자금(2인 이내)과 재취업 지원금(최대 3300만 원), 여기에 건강검진권과 여행상품권(300만 원 상당)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NH농협은행이 만40세(1980년생)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452명이 몰렸다. 농협은행 희망퇴직 대상은 만 56세 해당 직원(1965년생)과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이었는데 40대 직원도 56명이 신청했다. 농협은행은 심사를 거쳐 올해 말 최종 퇴직 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최근 1980명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10일까지 소매금융 부문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다.
당초 씨티은행의 희망퇴직 목표치는 1500명선이었다. 하지만, 파격적인 퇴직 조건에 힘입어 신청자가 전체 직원의 66%(2300명)에 이르는 등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씨티은행은 심사를 통해 희망퇴직 인원을 추가하고 이달과 내년 2월, 4월 세 차례에 나눠 퇴직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근속 기간이 만 3년 이상인 정규직원이나 무기 전담 직원에게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에 기준 월급(연봉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을 곱한 금액을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퇴직금 지급액 상한은 기준 연봉 7배인 최대 7억 원이다. 특별 퇴직금에 기존에 쌓인 퇴직금까지 합하면 10억 원 넘게 받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대학생 자녀 1인당 장학금 1000만 원을 최대 2명까지 지급하고, 퇴직 이후 3년간 배우자까지 포함해 종합검진 기회를 준다.
앞서 KB국민은행에선 올해 1월30일 실시한 희망퇴직을 통해 800명이 퇴직했다. 당시 국민은행은 23~35개월에 달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학기당 350만 원의 학자금을 최대 8학기 지원했다. 최대 3400만 원의 재취업 지원금, 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 기회 등도 제공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희망퇴직을 두 번 단행했다. 올해 1월과 7월 단행한 희망퇴직에서 각각 220명, 130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말 574명이 희망퇴직한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22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에서는 올해 1월 말 단행한 희망퇴직을 통해 468명이 퇴직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올해 하반기 명예퇴직(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496명이 퇴직했다.
인력 조정을 위해 은행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올해 희망퇴직 규모가 과거보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영업 활성화와 인공지능(AI) 도입 등의 디지털화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임직원 수는 12만2004명으로 2016년(13만6353명) 대비 10.5%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사 조건이 좋고 희망퇴직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희망퇴직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지점 운영에 따른 인건비 지출보다는 디지털화를 통한 점포 축소, IT 업무를 담당할 디지털 인재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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