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5조' 로켓 단 쿠팡, 글로벌 첫 단추 '싱가포르'서 꾄다
  • 이민주 기자
  • 입력: 2021.04.14 00:00 / 수정: 2021.04.14 00:00
쿠팡이 첫 해외 진출지로 싱가포르를 낙점하고, 현지 법인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 /더팩트 DB
쿠팡이 첫 해외 진출지로 싱가포르를 낙점하고, 현지 법인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 /더팩트 DB

동남아 진출 교두보…지리적·경제적 강점 보유[더팩트|이민주 기자] 쿠팡이 첫 해외 진출지로 싱가포르를 낙점했다.

그간 국내사업에 집중해왔던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확보한 5조 원의 실탄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첫 단추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법인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쿠팡 싱가포르법인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정식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쿠팡은 한 달 전부터 싱가포르법인에서 일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 분야는 최고운영책임자, 물류 및 리테일 부문 대표 등 3명의 고위 임원 인선 작업을 넘어 물류, 마케팅, 영업, 인공지능, 상품 소싱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쿠팡은 앞서 지난해 7월 싱가포르의 파산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훅(Hooq)을 인수하기도 했다. 훅은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과 소니픽처스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설립한 OTT 업체다. 쿠팡은 당시 훅 디지털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사들였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당시에도 해외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 자료를 통해 자사 사업을 다른 국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김범석 의장 역시 상장 당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커머스를 수출해 고객들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다른 시장으로 수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5조 원을 조달했다. /쿠팡 제공
쿠팡은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5조 원을 조달했다. /쿠팡 제공

그간 업계에서는 쿠팡이 당분간 국내 투자 및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수년 후에야 해외 진출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해외 공략 시점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5조2000억 원이다.

쿠팡이 첫 해외 진출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배경과 관련, 업계에서는 현지 온라인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물류허브로 꼽히는 지리적 특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싱가포르 온라인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정현 코트라(KOTRA) 무역관이 싱가포르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싱가포르 소매업 중 온라인 비중은 6%에서 7월 11%로 신장했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서킷브레이커 조치(도시 봉쇄) 동안 싱가포르 소비자 88%가 온라인 쇼핑을 이용했고, 이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응답자가 해당 기간에 온라인쇼핑을 처음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중 생활 양상 변화로 인한 온라인 쇼핑 습관이 이번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더불어 간편 결제의 사용 역시 코로나19로 더욱 활발해졌다.

싱가포르는 물류허브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수준이 높다. 이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거점으로 삼았다. /이선화 기자
싱가포르는 물류허브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수준이 높다. 이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거점으로 삼았다. /이선화 기자

지리적 강점도 선택 요인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곳으로 물류허브로 기능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366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또 싱가포르 상업, 주택지역이 국내와 유사한 형태로 밀집해있어, 쿠팡 물류 시스템을 실험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싱가포르는 향후 쿠팡이 동남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전략적 요충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동남아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620억 달러(70조 원)이며, 오는 2025년에는 1720억 달러(193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가진 물류나 유통 시스템을 당장에 미국으로 가져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형, 쿠팡만의 시스템을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곳이 어딘지와 시장 성장성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싱가포르를 낙점했을 것"이라며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했고, 국내 사업에서도 여유가 생기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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