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청한 바이든 "반도체 공격적 투자 필요"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1.04.13 10:27 / 수정: 2021.04.13 10:3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내 공격적 투자 요청…삼성전자 '투자 화답' 고민할 듯[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반도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에 "우리의 경쟁력이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미국 내 공격적 투자를 요청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후 '투자 화답'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이번 회의에는 반도체·통신·자동차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챙길 정도로 개최 전부터 무게감 있는 행사로 평가받았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최시영 사장)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회의 개최 일차적 목표는 당면한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이었다. 다만 이면에는 중국과 반도체 패권을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며 공격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 65명으로부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계획을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고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대목을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중국이나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내가 여기서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이런 칩들, 이런 웨이퍼들은 배터리이고 광대역이다. 모두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의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화답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화답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또한, 최근 공개한 2조3000억 달러(약 2600조 원) 규모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을 띄웠다. 여기에는 500억 달러(약 56조 원)의 반도체 제조 및 연구 지원 예산이 포함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제안한 계획은 수백만 개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을 재건하며 우리 공급망을 보호하고, 미국 제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기업 경영진에게는 "당신들이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경쟁력이 달려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투자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

앞서 업계 안팎에선 이번 회의 참석 이후 삼성전자가 받게 될 '바이든표 청구서'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공격적 투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날 회의 후 미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투자 화답'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이날 기업별 구체적인 투자 요청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엔 공장 증설에 좀 더 속도를 내달라는 요청이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익성을 고려해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요구했을 경우 삼성전자의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인텔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체 생산설비를 활용, 차량용 반도체 증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미국 측이 신규 투자를 요청했을 때에도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비롯,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결정이나 발표 사항이 나올 자리는 아니다"라며 이번 회의가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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