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년차 메일에 'PS 제도' 수술…'반쪽짜리' 비판도
  • 최수진 기자
  • 입력: 2021.02.06 00:00 / 수정: 2021.02.06 00:00
SK하이닉스가 그간 논란이 됐던 PS(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개선하고 이와 별개로 부가적인 특별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락 기자
SK하이닉스가 그간 논란이 됐던 'PS(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개선하고 이와 별개로 부가적인 특별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락 기자

PS제도, '영업이익' 포함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우리사주도 지급[더팩트│최수진 기자] "제가 아직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는 구성원으로 보이실 수 있지만, 입사할 때 SK하이닉스가 저에게 보여준 믿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해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적습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에게 발송한 SK하이닉스 4년차 직원의 메일 한 통이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분위기다. 구성원들의 원성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PS 제도를 전면 개선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잡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 저연차 직원의 "소통해달라" 메일에 SK하이닉스 응했다

지난 4일 SK하이닉스는 지속 논란이 됐던 'PS(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개선하고 이와 별개로 부가적인 특별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천 본사에서 진행된 노사협의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데 따른 결과다. 이날 노사는 한 차례의 만남으로 합의에 도달하며 협상을 조기 타결했다.

PS 논란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의 변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2020년 PS 지급 안내' 관련 전사 공지를 통해 PS 규모를 연봉의 20%(기본급 400%)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PS는 1년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이익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제도로, 최대 기본급(연봉 20분의 1)의 100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지 이후 구성원 사이에서는 이번 PS가 영업이익 개선율 대비 현저히 낮게 책정됐고,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라는 이유로 불만이 제기됐다.

이후 입사 4년차 직원으로 알려진 한 구성원이 관련 문제를 지적한 메일을 2만8000명의 전체 임직원뿐 아니라 이석희 CEO에게 전송하면서 외부에서도 PS 논란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메일 작성자는 "PS 공지 이후 구성원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명확한 답을 구하지도 못하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 누군가는 이런 시도를 통해 구성원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회사와 구성원 간 관계 회복에 힘써야 한다.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EVA 산출 방식을 공개하고, 동종업계만큼 PS가 지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답변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쪽짜리 협상안이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게시판 갈무리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쪽짜리 협상안'이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게시판 갈무리

◆ '최태원·박정호·이석희' 전부 나섰다…일부선 여전히 '부글부글'

PS 논란이 확산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라는 발언을 내놓았고, 지난 2일 이석희 CEO는 "PS 논란에 가슴이 아프다"라는 전사 메시지를 공유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구성원들을 달래기 위해 나섰다. SK하이닉스 노조에 따르면 박 부회장 역시 최 회장이 PS 논란을 언급한 지난 1일 노조와 성과급 관련 논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SK하이닉스 측은 PS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생산직(전임직) 노동조합과 만나 노사협의회를 진행, PS 논란에 대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PS 산정지표 개선 △우리사주 발행 △복지 혜택 확대 등이 담긴 합의안을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는 이를 수용했다. PS 산정의 기준 지표를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SK하이닉스 측은 "수치가 명확하게 공개되는 영업이익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급 200%에 해당되는 우리사주도 발행해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시기는 이사회 승인 이후 구체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사내 복지포인트인 하이웰포인트 300만 포인트를 전 구성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석희 CEO는 노사협의회 이후인 4일 오후 늦게 구성원들에게 "여러분의 날카로운 질책에 쓰디쓴 마음 한편으로 송구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껏 여러분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CEO로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PS 관련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이다. 특히,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반쪽짜리 협상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구성원이 문제로 지적하고 해명을 요구한 'EVA 산출 근거'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으며, 이미 기존 공지한 PS가 지급된 상태에서 추가 위로금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들은 "PS 산정 방식에 영업이익을 추가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모르는 상황이며, 또 그간 요구한 EVA 산정방식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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