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대우산업개발, 두산건설 매각 협상 결렬 까닭은?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0.09.12 06:00 / 수정: 2020.09.12 06:00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의 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더팩트 DB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의 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더팩트 DB

'가격' 견해차…두산,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협상 나설 듯[더팩트|윤정원 기자] 두산건설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을 위해 대우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왔지만 인수가격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 했다.

11일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알려진 것처럼 최근 두산건설 인수 협상이 결렬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평행선을 걸어온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이 예상대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실제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은 협상 과정에서 가격 눈높이를 좁히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매각가로 3000억 원가량을 희망했지만 대우산업개발은 2000억 원 수준을 고수해왔다. 업계 한편에서는 대우산업개발이 500억 원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500억~2000억 원은 두산건설 측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다. 그간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에 지원한 자금은 2조4000억 원에 달한다. 2000억 원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두산그룹 측에서는 투자금의 10분의 1도 회수하지 못 하는 셈이다.

두산그룹은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재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매각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팩트 DB
두산그룹은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재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매각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팩트 DB

협상 결렬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대우산업개발이 모기업을 통해 인수자금을 지원받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두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2011년 12월 10일 대우자동차판매 건설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된 건설사다. 대주주는 중국 펑화그룹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과 대우산업개발은 끝까지 인수가에 대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펑화그룹에서 증자에 나서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하면서 재원조달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우산업개발과의 협상에 실패했지만 현재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두산건설이 제값을 받지 못 하더라도 매각 작업을 중단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두산그룹은 경영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올해 상반기 국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그 대가로 지난 4월 채권단에 3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두산건설은 팔리기만 하면 다행인 매물"이라면서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을 통해 재무적 이득을 취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미래의 잠재적 손실을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두산그룹이 속전속결로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자금력 있는 새 인수 후보를 물색하기엔 실적과 재무 상황이 여간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92억 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 총계는 1조6132억 원에 달한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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