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세포라 vs '외연 확대' 시코르, 소비자 맞춤 전략으로 갈린 희비
  • 문수연 기자
  • 입력: 2020.05.05 05:00 / 수정: 2020.05.05 05:00
토종 뷰티 편집숍 시코르(왼쪽)가 오픈 3년여 만에 31호점을 오픈하며 외연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글로벌 뷰티 편집숍의 원조 격인 세포라는 코로나19 여파와 각종 규제로 인해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수연 기자
토종 뷰티 편집숍 시코르(왼쪽)가 오픈 3년여 만에 31호점을 오픈하며 외연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글로벌 뷰티 편집숍의 원조 격인 세포라는 코로나19 여파와 각종 규제로 인해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수연 기자

4호점서 멈춘 세포라, 31호점 낸 시코르 [더팩트|문수연 기자] 국내 뷰티 편집숍 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세포라'로 불리는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가 오픈 3년여 만에 31호점을 오픈하며 외연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반면, 원조격인 세포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시코르는 다양한 브랜드 구성과 더불어 체험형 매장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꾸준히 점포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수연 기자
시코르는 다양한 브랜드 구성과 더불어 체험형 매장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꾸준히 점포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수연 기자

◆ 원조 뛰어넘은 시코르, 국내 고객 '맞춤형 전략' 통했다

신세계 백화점이 지난 2016년 12월 대구에 처음 문을 연 시코르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부터 국내에서 쉽기 접하기 어려운 해외 브랜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까지 한곳에 총집합한 뷰티 편집숍이다.

시코르 측은 31호점까지 매년 지속해서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체험형 매장'을 콘셉트로 한 차별화 전략을 꼽는다.

먼저 브랜드 구성을 달리했다. '올리브영'와 '랄라블라' 등 H&B 스토어에서 볼 수 없는 입생로랑, 나스, 맥, 베네피트 등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 매장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디어달리아, 클레어스, 헉슬리 등 국내 인기 브랜드로 구성했다.

시코르는 매장 내 메이크업 셀프 바, 유튜버 촬영 존 등 체험형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직접 고가의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문수연 기자
시코르는 매장 내 메이크업 셀프 바, 유튜버 촬영 존 등 체험형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직접 고가의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문수연 기자

특히, 딥티크, 에르메스 퍼퓸 등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아 구매가 힘든 브랜드를 잇달아 입점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코르가 인큐베이팅한 국내 제품을 단독으로 선보이며 'K-코스메틱' 알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백화점과 달리 매장 내 메이크업 셀프 바, 유튜버 촬영 존 등 체험형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직접 고가의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특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각각의 매장에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곳에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편리함 역시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시코르는 꾸준히 점포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시코르 역시 올해 예년 대비 매출 감소가 점쳐지지만, 신규 점포 오픈 계획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코르 관계자는 "지난해 세포라가 국내에 입점했지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며 "시코르는 지난해 자체 수익 목표보다 15% 초과 달성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새로운 것을 크게 시도한다기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1위 뷰티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세포라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상륙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글로벌 1위 뷰티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세포라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상륙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 '화제 모았던' 세포라, 일본 이어 한국 시장 전망도 '글쎄'

토종 업체의 가파른 성장세와 비교해 '글로벌 1위 뷰티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세포라는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세포라는 뷰티 편집숍의 원조로 꼽힌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세포라는 국내에 상륙하기 전부터 많은 코스메틱 팬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선 1호점은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세포라의 단독 상품인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 타르트, 후다 뷰티 등 국내에서 구매할 수 없었던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긴 했지만, 펜티뷰티, 캣본디, 베카, 밀크, 컬러팝, 팻맥그라스, 잇코스메틱스, 샬롯틸버리 등 다수의 대표 브랜드들이 입점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세포라가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수 인기 브랜드들은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세포라 매장 직원은 "해외 매장과 비교해 인기 유명 브랜드가 많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라며 "고객들의 요청이 많은 상황이지만, 식약청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캣본디 같은 경우는 오는 6월 입점 예정이지만 다른 브랜드는 미정이다"라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 역시 빛을 바랬다. 일부 해외 브랜드 외에 브랜드 구성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데다 '체험형 매장'이라는 콘셉트도 먼저 국내에서 자리를 선점한 시코르와 겹치는 탓에 눈길을 끌지 못했다.

세포라는 전문 뷰티 상담사가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15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뷰티 플레이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문수연 기자
세포라는 전문 뷰티 상담사가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15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뷰티 플레이'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문수연 기자

그나마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전문 뷰티 상담사가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15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뷰티 플레이'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사태로 서비스가 중단돼 재개 시점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쇼핑몰과 계약 문제로 점포 확장에도 차질이 생겼다. 당초 세포라는 오는 2022년까지 14호점을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월 4호점 오픈 이후 확장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프리뷰 행사에서 김동주 세포라 코리아 대표가 공언한 모바일 앱 출시 계획도 연기됐다. 당시 김 대표는 "내년 모바일 앱을 선보이면 e커머스 매출이 20%가량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앱 출시 계획이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급증하는 '언택트 소비'에서 마땅한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는 앞서 1999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실적 부진으로 2년 만에 사업을 접은 바 있다"라며 "김동주 대표가 현지화에 공을 들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내 대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차별성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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