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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란한' 이재용, 정장 벗고 지인과 '서울 탈출'…부산행 SRT 타고 '힐링 외출'
입력: 2019.12.19 12:48 / 수정: 2019.12.19 15:2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단독회동을 가진 직후 수서역으로 발길을 옮겨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수서역=이덕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단독회동을 가진 직후 수서역으로 발길을 옮겨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수서역=이덕인 기자

글로벌 경쟁에 재판 리스크, 경영진 공백까지 '삼중고'…빨간 야구모자에 아웃도어 차림 외출 '눈길'

[더팩트 | 서재근·이덕인 기자] 삼성 부회장이 아니라 잠시나마 자연인이고 싶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분초를 다투는 바쁜 일정 속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정장을 벗고 평범한 일반인처럼 빨간 모자와 수수한 아웃도어 차림으로 지인과 함께 서울을 떠나는 '남행열차'에 몸을 싣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단독 포착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오후 방한 중인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발렌베리 회장과 양사 간 협력 방안에 관한 단독 회동을 마친 뒤 곧바로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서울 강남구 수서역으로 이동, 수행원을 동반하지 않고 지인과 함께 SRT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 오후 6시 15분쯤 수서역에서 목격된 이 부회장은 격식을 갖춘 정장 대신 여행을 떠나는 듯한 가벼운 복장으로 부산행 열차에 올랐다. 이 부회장과 함께 이동한 수행원은 열차 앞에서 돌아갔다. 이 부회장은 열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인 한 명과 함께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은 뒤 좌석으로 이동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으며 열렬한 야구팬임을 입증하듯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 모자를 쓰고 빨간 점퍼 위에 백팩을 맨 차림으로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났다. 평소 개인일정이나 출장 때 과도한 경호, 고위급 인사의 마중 등의 관행을 지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 부회장'이 아닌 '자연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주위 사람들도 이 부회장을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

18일 오후 6시 15분쯤 수서역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이 답답한 양복을 벗고, 빨간 색 모자와 패딩점퍼 등 한결 편안해 보이는 아웃도어 차림을 한 채 역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수서역=이덕인 기자
18일 오후 6시 15분쯤 수서역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이 답답한 양복을 벗고, 빨간 색 모자와 패딩점퍼 등 한결 편안해 보이는 아웃도어 차림을 한 채 역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수서역=이덕인 기자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일정에 관해서는 전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19일 "(이 부회장의 일정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누구와 어떤 이유로 열차를 탔는지 아는 바 없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지만, 개인 일정에 관해서는 평소에도 별도 공유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도심 밖 외출'이 최근 삼성 안팎에 산재한 불안 요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 안팎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다. 애초 연말 매듭이 지어지지 않겠냐는 예상과 달리 지난 10월 시작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해를 넘기게 되면서 내년 경영 구상의 정지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정기 임원 및 사장단 인사는 그 시기와 규모조차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개입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가운데 26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7명이 법정 구속됐다. 특히 구속 대상 명단에 사내·외 이사들과 회사 주요 경영 안건을 결정하는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이름을 올리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구상해 온 '이사회 중심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사상 초유의 의장 구속에 대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서역에서 부산행 SRT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이재용 부회장./수서역=이덕인 기자
수서역에서 부산행 SRT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이재용 부회장./수서역=이덕인 기자

한 재계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이 부회장은 전문경영인(CEO)을 전면에 두고, 큰 틀에서의 조직 운영은 이사회와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중심으로 '투 트랙' 전략을 꾀했다"라며 "그러나 양쪽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실형 판결을 받으면서 이 같은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 앞에 놓인 대내외 불확실성과 시급한 과제 처리를 위한 '장고(長考)'와 쉼 없는 행보에 휴식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비즈니스 리더 및 해외 정상들과 네트워킹 확대를 위해 삼성의 얼굴을 자처하며 ICT 업계 리더들은 물론 글로벌 유수의 국가원수급 인사 및 경제계 인사들과 스킨십에 집중해왔다.

지난 2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 면담을 기점으로 3월 리라이언스 오너 일가 결혼식 참석, 5월 일본 NTT도코모·KDDI 미팅, 9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접견과 일본 럭비월드컵 개막식 초청 방문, 11월 일본 ICT 업계 관계자 미팅에 이르기까지 다수 최소 두 달에 한 번꼴로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0월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해를 넘기게 되면서 내년 경영 구상의 정지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정기 임원 및 사장단 인사는 그 시기와 규모조차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22일 오후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선화 기자
지난 10월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해를 넘기게 되면서 내년 경영 구상의 정지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정기 임원 및 사장단 인사는 그 시기와 규모조차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22일 오후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선화 기자

국내 일정은 더 빡빡하다.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인도 모디 총리 국빈 오찬을 비롯해 6월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 CEO 미팅, 빈 살만 왕세자 승지원 면담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경제인 간담회,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면담,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환영 만찬 등 그 횟수만 10여 차례가 넘는다.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비(非)전자 계열사까지 영역을 넓힌 현장 점검에 이어 글로벌 기업 수장들과 협력 강화, 경생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한일 재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라며 "삼성 내부는 물론 경제계에서도 선대와 비교해 모자람 없는 삼성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를 비롯한 외부 지원 없이 안팎에 산재한 불확실성 속에 쉼 없이 이어지는 고군분투에 안 지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떠난 이재용 부회장이 '힐링 외출'을 통해 어떤 카드를 마련, '삼각 파도의 난국'을 돌파해 나갈지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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