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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의료시장 왜곡 '실손의료보험' 문제,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19.12.03 06:00 / 수정: 2019.12.03 06:00
실손의료보험이 의료 가수요를 야기하면서 의료비·보험료를 증가시키는 등 문제적 국민 보험 상품으로 전락했다. /더팩트 DB
실손의료보험이 의료 가수요를 야기하면서 의료비·보험료를 증가시키는 등 문제적 국민 보험 상품으로 전락했다. /더팩트 DB

'의료가수요' 등 사회적 문제 야기…청구 간소화 문제 '논란'

[더팩트|조연행 칼럼니스트] 보험의 효용과 가치는 발생 빈도는 낮지만 경제적 부담이 큰 경우에 크게 나타난다. 반대로 발생 빈도가 많지만, 경제적 부담이 낮은 경우 보험 상품의 효용은 크게 떨어진다. 이런 경우 보험사들은 보험의 시장성이 작을 것으로 판단되어 상품을 만들지 않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예외적인 것이 있다. 바로 문제가 되는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중복 가입을 시키고 보상을 안 해 줘 소비자 피해를 불러 일으키더니, 이후에는 의료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보험료 대폭인상논란 이후에는 청구 간소화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문제 상품'이 됐다. 일반 보험 상품은 잘 못 설계되어 손해가 발생하면 판매한 보험사가 책임을 지면 되지만, 실손의료보험과 같이 국가사회적제도(의료시스템)와 연계되어 국가사회가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보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거의 완벽한(?) 국민건강보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큰 민영 실손의료보험의 의료비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전례가 없는 이상한 현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인구 5107만 명이다. 이 중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를 제외하면 실제 건강보험 가입자 수는 약 3155만 명(직장 가입자 1747만 명, 지역가입자 1408만 명)이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3800만 명으로 가입자 수로 보면 국민건강보험보다 더 많은 사람이 민영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가구당 1.7개를 가입하고, 성인 인구의 95%가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대상이 되는 부분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부분의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보험'이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보험료 절대액이 작아 부담이 별로 없고, 바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상의 특징과 손보시장에 생보가 진입하면서 생손보간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펼쳐지며 강력한 보험사의 마케팅력이 결합하여 선풍적인 가입 열풍을 불러왔다.

2009년 10월 이전에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약관이 달랐고 중복 가입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중복보장과 의료가수요 문제가 나오자 10% 본인부담금제도를 도입했고, 2015년도에는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20%로 확대했고, 지난해부터는 단독 실손의료보험만 판매하도록 했고, 노후실손의료보험이 강제적으로 만들어져 판매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손해율이 높다면서 손해율이 높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차등해서 높게 적용하자는 보험의 기초이론에도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는 자주 장기치료 받을 수록 초과이익생기고, 병원은 실손보험이 수입증대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즉, 가입자와 병원 이해관계 맞아 떨어지고, 국가와 보험사의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더팩트 DB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는 자주 장기치료 받을 수록 '초과이익'생기고, 병원은 실손보험이 '수입증대'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즉, 가입자와 병원 이해관계 맞아 떨어지고, 국가와 보험사의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더팩트 DB

건강이 안 좋거나 다쳐서 병원에 진찰받으러 가면 대부분의 병원 창구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먼저 묻는다.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처방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실손보험을 가입했다면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처치를 장려하거나, 고액의 진단이나 치료 장비의 사용을 권유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의료 가수요가 발생하고 과잉진료가 시작된다. 환자로서는 민영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에서 고가의 치료비가 지급되어 부담이 없고, 병원으로서는 비급여 수입을 많이 챙길 수 있어서 좋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볼 때 입원하는 경우가 생기면, 거의 모든 의료비는 실손의료비에서 지급되어 부담이 없고, 입원 일당 의료비는 추가로 별도로 지급되며, 소득보상금 격으로 하루 입원 일당이 1~20만 원씩 하는 재해사고나 암입원비와 같은 특정질병 입원비가 발생할 경우는 실제로 일하며 버는 소득을 훨씬 초과하는 '초과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퇴원을 원할 리가 없고, 병원도 수입이 늘기 때문에 장기 입원시킨다. 여기에서도 환자와 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최근에는 실손의료보험청구 간소화 문제로 보험업계, 의료계, 소비자간의 입장차 대립이 가관이다. 소비자들은 요즘과 같은 온라인 시대에 실물영수증으로 진료비를 청구하기가 번거롭고 귀찮아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므로 병원에서 직접 보험사로 온라인으로 자료를 보내 달라는 것이고, 의료계는 민영 보험사가 개인질병정보를 데이터로 받으면 정보 유출의 염려가 있고,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데 사용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는 당연히 청구 간소화를 원하지만, 이면에는 의료계는 비급여 정보가 모두 드러나는 게 싫은 것이고, 보험사는 병원마다 다른 의료비와 비급여 통계를 갖고 싶은 것이다. 통계를 가져야만 표준화시키거나 과잉청구를 적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의료계는 치부가 드러나고, 자동으로 수입이 줄기 때문에 결사반대 하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중요한 사회보장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의료계의 과잉진료와 가입자의 의료가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주범 중 중요한 한 가지 원인이다. 예상치 못하게 인기를 끌며 사회적 혼란과 문제를 야기시킨 실손의료보험의 도입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투명성 제고와 소비자편익을 가져 올 수 있는 청구 간소화로 과잉진료 방지와 의료가수요 억제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그 누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도입하는 것이 마땅하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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