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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금융감독원
입력: 2019.10.06 00:00 / 수정: 2019.10.06 00:00
최근 금융감독원의 권위가 많이 약화돼 금융회사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더팩트 DB
최근 금융감독원의 권위가 많이 약화돼 금융회사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더팩트 DB

금융사에 검사도 제재도 제대로 못 해…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더팩트|조연행 칼럼니스트] 요즘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외부에서 보기에도 금융감독원의 '영(令)' 이 서지 않고 있다. 암보험 가입자들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해도 면전에서 거부당하고, 즉시연금 연금액을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 한마디로 금융감독원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합쳐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만들었다. 이때 공무원 조직으로 만들려 했으나, 급여가 현격히 줄어들 것을 우려해 각 노조가 반발해 민간 기업도 아니고 공무원조직도 아닌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어정쩡한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결국 급여도 챙기고 권한은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금감원의 올해 예산은 3556억 원으로 대부분 금융회사로부터 분담금으로 받아서 쓴다. 이중 60%를 인건비로 사용한다. 지난해 금감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75만 원이었다. 시중은행 평균연봉 8400만 원보다 훨씬 많아 진정한 신의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금감원 일 처리는 월급만큼 값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월급을 주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봐주기' 논란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금감원의 주요 업무는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 금융위원회 지원'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모든 행위는 상위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통제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또 볼멘소리를 한다. 즉시연금 약관문제가 발생해 보험사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감사를 하겠다는데, 금융위원회가 하지 못하게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도 했다. 결국 마음대로 금융회사를 검사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금융회사 제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금감원의 제재 권한은 임직원의 해임권고 또는 징계, 규정・명령・지시위반・불건전 영업 등의 경우 이에 대한 중지 명령, 6개월 이하의 일부・전부의 영업정지를 '건의'할 수 있을 뿐이다.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권고·요구·건의'를 할 뿐이다. 이마저도 책임질 일이 두려워 아예 하지 않으려 한다.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소비자가 피해를 받게 된다. /더팩트 DB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소비자가 피해를 받게 된다. /더팩트 DB

자살보험금 미지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생명보험회사에 대해 '규정(사업방법서) 위배' 등으로 강력한 행정처벌을 내렸다면, 5년여간 공동소송의 지리한 싸움으로 소비자들을 지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판결이 난 후 그때서야 뒷북을 치며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쏘니, 생보사들이 소멸시효도 포기하고 전부 지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즉시연금 약관문제도 마찬가지다. 약관의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금융감독원이 '연금액에서 이중으로 사업비를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결정했다면, 생명보험사에 지급을 지시하면 된다. 만일 생보사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이 또한 지시위반이나, 규정 위배 등으로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금융위원회에 건의를 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랬다면 즉시연금 역시 지리한 공동소송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간에 법정 싸움으로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사들은 오히려 공동소송을 반긴다. 금감원도 손을 떼고, 전체 대상자중 극소수만 소송에 참여하기 때문에 소송으로 시간만 끌면 나머지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무능 때문에 소비자피해가 그대로 묻혀 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키코(KIKO)사태, 카드사정보유출, 근저당 설정비 소비자전가, 자살보험금 사태, 즉시연금 약관문제 등 수없이 수많은 피해 소비자를 법정으로 내몰아 공급자와 싸우게 하고 금감원은 뒷짐만 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손해보험사들의 보험유체동산 불법거래 문제를 지적해도 모른 척하고 있고, 30만 원짜리 사은품을 3만 원이라고 속여 신고해 보험업법을 위반하는 '홈쇼핑 보험 판매 고가 사은품 불법제공' 영업 문제를 지적해도 묵묵부답으로 움직임이 없다. 최근 DLS・DLF의 사기성 불완전 판매 문제도 분쟁조정을 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강력한 행정조치없이 그대로 분쟁조정 만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또 소비자를 공동소송으로 내몰게 되고 고스란히 소비자피해는 구제받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10년 전 외환파생상품 대규모 손실 사태인 키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융감독원이 검사증거자료를 검찰에 제공하고 사기로 고발했다면, 키코 가입 중소기업의 70%가 망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감원의 무능, 직무유기가 소비자피해를 키우는 꼴이다.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을 종이호랑이로 아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금융위의 눈치를 보면서 검사도 제대로 못 하고 책임질 일이 무서워 제재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눈이 없고 이도 빠진 호랑이 꼴이다. 금감원이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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