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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LG전자와 버거킹, '비방'과 '도발'의 차이
입력: 2019.09.19 06:00 / 수정: 2019.09.19 06:00
LG전자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8K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 제품이 국제 규격에 미치지 못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팩트 DB
LG전자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8K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 제품이 국제 규격에 미치지 못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팩트 DB

삼성·LG전자 '8K TV' 진흙탕 싸움 '씁쓸'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버거킹 앱을 설치한 소비자가 단돈 1센트를 들고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찾아 "버거킹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와퍼'라는 햄버거 브랜드로 친숙한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고객들이 최대 경쟁사인 맥도날드 DT 매장을 방문하면 '와퍼'를 1센트에 주문할 수 있도록 한 마케팅 전략을 광고로 표현한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계 1위 업체이자 자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DT 매장을 확보한 경쟁사 인프라를 역으로 활용한 이 캠페인 광고 이후 버거킹 앱은 이틀도 채 안 돼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모바일 앱을 통한 판매량 역시 캠페인 기간 동안 3배가량 늘었다.

이 외에도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로날드'가 버거킹 매장을 찾아 '와퍼'를 주문하는 광고나 맥드라이브에서 커피를 주문한 남녀가 버거킹 매장을 찾아가는 광고 등도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986년 버거킹이 맥도날드를 상대로 도발적 광고를 시작한 이후 3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업계 2위 버거킹의 '유쾌한 도발'은 시대 흐름에 따라 그 소재와 표현 방식에 신선한 변화를 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또 어떤 광고가 나올지 기대를 모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최근 업계 1, 2위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곳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 주인공이다. '햄버거'에서 'TV'로 바뀌었지만,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주도권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얼핏 맥도날드 버거킹 경쟁과 닮아 보인다.

그러나 업계 2위 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부각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체가 보여준 그것과 너무도 다르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최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9'에서 LG전자는 자사 '8K TV'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하면서 "삼성전자의 제품은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저격했다.

17일 오전과 오후 각각 열린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설명회에서는 양사 제품이 나란히 전시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최수진 기자
17일 오전과 오후 각각 열린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설명회'에서는 양사 제품이 나란히 전시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최수진 기자

전 세계 IT·가전 업체들이 첨단 기술을 뽐내는 국제무대에서 '기술력이 모자란다'는 날 선 저격에 나선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LG전자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아예 삼성전자 제품을 가져다 놓은 채 '8K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질세라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삼성전자도 같은 날 오후 서둘러 설명회를 열고 맞불을 놨다. 물론 이 행사에도 LG전자 제품이 나란히 전시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심지어 LG전자는 삼성전자 TV를 분해하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 각사 TV 분야 전문가들이 내놓은 발언들은 '미디어를 대거 초청해 자사 기술력을 뽐내겠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한쪽에서는 화면이 흐릿한 데다 초점이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반대쪽에서는 8K 동영상 재생조차 안 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LG전자는 이 같은 공세를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어나가겠다고 한다. 선공에 나선 쪽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5%, LG전자가 16.5%로 두 배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다. 커지는 대외 불확실성에 '더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조차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 같은 비방전은 결국 '제 살을 깎아 먹는' 꼴이 될 수 있다.

소모전이 지속할수록 글로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그래서, 결론은 너희 둘 제품은 사면 안 된다는 거야'라는 생각만 커질 뿐이다. 국제 규격에도 못 미치고, 8K 동영상마저 깨지는 TV를 큰돈 들여 구매하는 어리석은 소비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차라리 값싼 다른 경쟁사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편을 택할 것이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글로벌 가전회사가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목청 높여 경쟁사 기술력을 폄하하고, 비방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삼성전자 대리점에 간 신혼부부가 "LG전자 대리점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는 TV 광고를 보는 편이 더 나을 듯싶다. 경쟁의 수준을 좀 더 높이는 게 어떤가.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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