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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문의 퀘스천마크] 추신수 아들과 방산업체 S&T·풍산 후계자 '국적이탈' 차이
입력: 2019.08.16 05:00 / 수정: 2019.08.16 05:00
추신수 아들들의 국적 이탈이 논란을 빚으면서 방산업체인 S&T와 풍산의 후계자로 꼽히는 인사들의 미국 국적 선택도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은 최평규(왼쪽) S&T 회장과 류진 풍산 회장. /뉴시스
추신수 아들들의 국적 이탈이 논란을 빚으면서 방산업체인 S&T와 풍산의 후계자로 꼽히는 인사들의 미국 국적 선택도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은 최평규(왼쪽) S&T 회장과 류진 풍산 회장. /뉴시스

미국 생활 지속과 국내 기업 후계자의 국적이탈은 질적으로 달라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추신수의 두 아들(14살, 10살)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여전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지만, 병역 문제와 얽혀 있어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다. 어린아이들의 국적 선택만으로도 이슈가 될 만큼 우리 사회는 병역 문제에 대해 예민하다. 얼마 전에는 다른 산업도 아닌 대한민국 군인들의 무기를 만드는 방산업체 후계자로 꼽히는 인사들이 미국 국적을 획득해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한마디로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국적이탈이라는 의구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적이탈은 외국에서 출생하거나 외국인 부모의 자녀인 경우 취득하게 되는 복수 국적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의 경우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최근 법무부는 추신수 두 아들의 국적이탈 신고를 수리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추신수의 두 아들은 이로써 미국 국적만 갖게 됐다. 반면 추신수의 딸(8살)은 한국과 미국 국적 모두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병역 혜택을 받아 선수생활 단절 없이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추신수는 병역 문제를 해결한 이후 매번 대표팀 합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군 문제 해결 후 애국심을 찾아볼 수 없다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엔 추신수의 두 아들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두 아들이 한국 국적을 내려놓고 미국인으로 살기를 결심해서다. 일각에서는 병역을 면탈할 목적으로 사전 조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살고 있는 미국을 선택한 것은 그들의 엄연한 자유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두 아들 국적 이탈 논란을 보면서 지난해 방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S&T와 풍산 총수의 아들들이 미국 국적을 획득한 일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추신수의 두 아들이 아직 군대를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인 것과 달리 S&T와 풍산 총수의 아들들은 성인이 된 직후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 회피 의혹을 받고 있다. 방산업계 총수 자식들의 국적 이탈 문제는 추신수의 두 아들과는 문제의 본질이 다르다. 이들은 방산업체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향후 회사를 이끌 후계자 후보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에 소총을 납품하는 S&T그룹 최평규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인 최진욱 씨는 지난해 8월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역 회피 의혹을 톡톡히 받았다. 최 회장은 국내 방산업 관련 협회 중 가장 큰 단체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수장 역할을 겸임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매섭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국내 방산업의 진흥과 수출 확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에 관련 정책을 건의하는 국내 방산업 대표단체다. 회원사는 한진중공업, 한화 등 615개 업체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한국방위산업진흥회 16대 회장에 선임됐다.

1995년생인 최진욱 씨는 올해 24살로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미국인이 된 지금, 또래의 대한민국 청년들과는 달리 병역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게 됐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최진욱 씨는 지난 5월 기준으로 S&T홀딩스 지분 1.47%를 보유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추신수의 두 아들의 국적 이탈 신고를 수리했다. /더팩트 DB
법무부는 최근 추신수의 두 아들의 국적 이탈 신고를 수리했다. /더팩트 DB

S&T와 함께 방산업계 한 축을 담당하는 풍산그룹도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던 회사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 류성곤 씨는 지난 2014년 국적을 미국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21살이던 류성곤 씨는 이름도 '로이스 류'로 고쳤다. 류성곤 씨는 풍산홀딩스 주식 1.98%를 보유 중이다.

풍산은 1970년대 각종 군용탄약의 국산화와 대량생산에 성공해 군전력 향상과 자주국방 달성에 공헌한 방산업체로 평가받는다. 또 군에 소총을 보급하는 S&T는 최근 한국형 최초 저격소총인 K-14을 안정적으로 전력화했으며, 기동헬기에 K-12 기관총을 납품하면서 항공 전력화에도 기여했다.

S&T와 풍산이 방위산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지만 총수들의 자식은 아이러니하게도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 회피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최진욱 씨와 류성곤 씨는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향후 그룹 승계 과정에서 미국 국적이 어떤 형태로 부메랑이 될지 궁금해진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가 국적을 포기한다는 소식은 쉽게 접할 정도다. 서로 다른 사유로 국적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의 국적 포기가 병역 기피를 위해 이뤄졌다면 국민들에겐 참으로 절망스러운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재외동포법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만 재외동포비자를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국적 변경을 한 해외동포가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41세가 되는 해 1월 1일까지는 재외동포비자를 취득할 수 없다. 이들이 한국에 오려면 관광·취업비자 등을 받아 일시적으로 입국할 수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려는 추신수 아들들과 한국 기업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들의 '국적 이탈' 경우는 질적으로 다르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적을 바꾸는 행위에 대해 엄중한 감시와 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그전에 사회 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의 정신을 실천해주길 기대한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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