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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신세 삼성·SK, 범국가적 문제
입력: 2019.06.11 00:00 / 수정: 2019.06.11 00:00
미중 무역 갈등이 삼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 대한 양국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면서 재계 안팎에서 제2의 사드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미중 무역 갈등이 삼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 대한 양국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면서 재계 안팎에서 '제2의 사드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미·중 무역전쟁 희생양' 대기업, 국가 차원 지원 필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그리스 신화 속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등장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인근 케피소스 강가에 여인숙을 차려 놓고 여행객들을 끌어들여 집 내부에 있는 철로 만든 침대에 눕히고는 여행객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크면 그만큼을 자르고, 반대로 짧으면 모자란 만큼을 늘리는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오늘날 오로지 자기주장만을 앞세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누르고 자신의 기준에 짜 맞추는 강요와 독단을 일컬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잔혹한 신화 속 이야기에 뿌리가 있다.

최근 삼성과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있으면, 노상강도에게 붙잡혀 억울한 죽음을 맞았을 여행객들의 처지와 다를까 싶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대기업 관계자들의 가장 뚜렷한 공통 관심사는 '미중 무역 전쟁'이다.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양국의 경제 패권 다툼에 쉽사리 '줄서기'를 하지 못하는 입장이야 비단 국내 기업들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나라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이들의 기 싸움을 바라보는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 보복으로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을 떠안은 경험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로서는 이번 미중 무역 갈등이 '부담'을 넘어 '공포'로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사드 배치 이후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2017년 한 해만 무려 1조2000억 원(추산치)의 매출 피해를 떠안고 112개 마트 모두 매각·폐점,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 외에도 LG그룹 시가총액 1위 LG화학과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인 삼성 SDI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도 3년째 현지 보조금 지원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의 노골적인 무역 보복으로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LG그룹 시가총액 1위 LG화학은 3년째 현지 보조금 지원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의 노골적인 무역 보복으로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LG그룹 시가총액 1위 LG화학은 3년째 현지 보조금 지원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번 미중 무역 갈등으로 '제2의 사드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재계 안팎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거래제한 조치에 협조하지 말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지난 사드 배치로 촉발한 무역 보복 때와 비교해 이번에는 시작 전부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며 노골적인 강요와 협박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엄포에 해당 기업들이 보이는 반응은 "아직 회사 차원에서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는 몸 사리기가 전부다.

이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어느 정도 인지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으로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는 식의 해석에도 손사래를 치는 기업들의 반응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으로는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없이 증명돼 왔다. 최근 청와대가 "세계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며 작금의 위기 상황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가의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서라도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업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때다. 우리 기업들이 노골적인 차별에 시달리는 광경을 지켜보는 과오가 반복된다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혀진 우리 기업들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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