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열 '무관' 발언에 환자·주주 '분통'[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웅열(63)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국내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와 관련해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환자·주주 측은 모두 "납득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는 서로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들 모두 이번 발언과는 별개로 이 전 회장이 형사 책임을 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인보사 투여 환자들과 소액주주들은 680명에 이른다. 손해배상 금액은 현재까지 약 183억 원으로 집계됐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 투여 환자 244명을 대표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인보사 사태로 인해 주식거래에서 피해를 본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달 31일 코오롱티슈진 주주 294명이 회사 측과 등기이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약 9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제일합동법률사무소도 같은 달 28일 코오롱티슈진 주주 142명을 대리해 6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전 회장은 지금까지 공식석상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책임론은 지난 3월 '인보사 사태'가 터진 이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본지 취재진이 이 전 회장을 직접 찾아가서 들은 대답뿐이었다. 이 마저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짧은 한 마디였다. 이와 관련해 인보사 투여 환자와 피해를 본 소액주주 측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며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인보사 투여 환자들의 법률 대리인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납득되지 않는 변명에 불가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의 발언을 세 가지 측면으로 해석했다. 첫째, 세포를 고의로 변경한 것에 대해 관여한 바가 없다. 둘째, 변경사실을 은폐한 것에 대해 관여한 바가 없다. 마지막으로, 알면서도 묵인했다라는 것이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세 가지 중 어떠한 의도로 얘기를 했던지 간에 이 전 회장이 형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엄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이 형사책임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고, 보고 받은 바도 없으며, 식약처 발표를 통해 알게된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며 "그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의 발언이 투여 환자들이 제기한 소송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은 맞지만 환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민사 소송'으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법인을 상대로한 손해배상 청구이기 때문에 이 전회장의 '인보사 사건' 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 피해자 측은 어떨까. 이들은 이 전 회장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이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온도차가 존재했다.
최덕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형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최 변호사는 "코오롱이 작은 구멍가게도 아니며, 이 전 회장이 바지사장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우수운 일이다"며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이 전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인보사를 넷째 아들이라고 말하며 강한 애정을 보여왔으며,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금까지 인보사를 진두지휘해왔는데 이제와서 인보사와 관련된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은 주주들을 기만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관희 전 대표는 인보사 핵심 개발자다. 인하의대 교수 재식 시절인 1990년대 중반 고등학교 동창인 이 전 회장과 인보사 개발을 시작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의) 그 말을 누가 믿겠나"면서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전 회장의 발언이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성현 한누리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의 발언 의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소송에 영향을 미칠만한 발언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다만, 법리적으로 판단해본 결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 드러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도 법률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 전 회장의 발언과는 별개로 법적인 책임은 질 수밖에 없지만, 증거에 따라 결론이 나는 소송에서 이 전 회장의 발언은 힘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발언이 실제 소송에서 미칠 영향은 적다하더라도 무책임한 발언임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를 믿고, 그의 회사를 믿고, 그 제품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과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몰랐단 것도 무능한 것이며,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도 무책임한 것"이라며, "총수도 외면한 회사를 앞으로 누가 믿고 투자를 하고 제품을 이용하겠나"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전 회장의 발언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던지간에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1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전 회장의 벤처 회사 인근에서 그에게 식약처의 허가 취소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 전 회장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